신제품 핑계로 생리대 가격 올려… 여성들 “면세품 맞나”
신제품 핑계로 생리대 가격 올려… 여성들 “면세품 맞나”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6.06.01 12:32
  • 수정 2016-06-02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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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신제품 명목 

7.5% 가격 인상 논란

소비자단체 “리뉴얼했을 뿐”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생리대 물가상승

“면세품 혜택 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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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로 생리대를 대신하는 소녀들 얘기를 기사로 봤는데 너무 충격이었다. 20년 전 대학에 다닐 때도 ‘남자들이 쓰는 거라면 이렇게 비쌀까’ 하는 얘기가 있었다. 만약 남성들이 필수적으로 쓰는 물품이면 벌써 가격이 내렸을 거다. 가격 변동이 없어서 면세품인지도 몰랐다. 면세라서 가격을 높게 잡는다는 얘기도 있더라.”(김선영·41·마포)

“생리대는 안 쓸 수도 없는 물건인데 너무 비싸다. 생리대 질을 높이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크게 차이도 없으면서 야금야금 가격을 올린다. 가격도 가격인데 성분도 모르고 선전하는 대로 그냥 사서 쓰고 있다. 정당한 가격을 주고 있는 거면 모르지만, 성분을 밝혀도 지금 이 가격에 살까?”(허은경·38·파주)

저소득층 여자 청소년들이 비싼 가격대의 생리대 구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문제가 된 가운데 생리대 시장의 과반을 점유한 유한킴벌리가 6월부터 생리대 ‘좋은느낌’에 대해 가격을 인상해 여성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한킴벌리는 6월 1일 신제품 ‘좋은느낌 매직쿠션’을 출시했다. 업체는 “신제품의 가격은 신소재와 새로운 흡수기술 적용 등으로 원가 인상요인이 발생해 기존제품 대비 약 7.5% 높게 책정됐다”며 “기존제품 대비 피부가 접촉하는 면적을 70%나 줄였다”고 강조했다. 기존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이 아니고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존 제품과 상품명도 같고 코튼커버, 울트라 날개형, 중형, 18개입 등 제품설명도 동일해 신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신제품이라기보다는 리뉴얼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제품 공급을 중단하고 리뉴얼제품만 공급하기로 했지만, 소비자단체 등 여론의 반발이 거세져 두 가지 제품을 같이 공급하기로 한 것”이라며 “기존제품을 제외하고 리뉴얼제품만 공급하려고 한 것만 봐도 신제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했다.

생리대 가격은 정찰가가 아닌 오픈프라이스로 결정된다. 제조업체가 제품 겉포장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최종 판매가격을 정한다. 판매처마다 가격이 달라서 가격비교는 필수다.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중형 36개입의 경우 ‘슬림 날개’ ‘울트라 날개’ 등 디자인에 따라 9000원부터 1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생리대 품목은 무려 25.6% 인상됐다. 화장지와 기저귀의 소비자가격은 각각 5.9%, 8.7% 인상돼 같은 재료가 사용되는 타 품목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생리대의 가격이 그간 지나치게 인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리대 제조에 사용되는 펄프는 2010년 대비 2016년 4월 현재 29.6% 하락했고, 부직포는 2012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동기간 7.6% 하락했다.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제품의 가격은 계속 인상된 것이다.

생리대는 2004년 면세품으로 지정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유한킴벌리는 ‘좋은느낌’과 ‘화이트’를 생산하며 2011년 6월과 2013년 6월 가격을 인상했다. 2∼3위 업체가 이에 동조하면서 생리대 물가상승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유한킴벌리의 2015년 현재 매출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2011년 대비 1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64억 원으로 30.4% 증가했다”며 “높은 이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손쉽게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수익 증대를 꾀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는 원자재가격 인상, 리뉴얼, 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가격 인상을 전가하는 동안 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받으며 배를 불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고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공감한다”며 “기존제품을 계속 공급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당은 주주 의결에 따라 진행되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투자도 지속해서 진행했다”며 “최근 5년간 투자금액만 4000억원 정도다.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계속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정희 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담당 부장은 “국내 점유율 1위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면 2∼3위 업체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합류할 것”이라며 “생리대는 한 달에 한 번 여성들이 계속 써야 하는 필수품이고 면세대상인 만큼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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