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 서는 사미자

76세 나이에도 ‘일 먼저’

며느리 역 최초우 배우

“엄마같은 연기 선배, 역시 큰 어른”

연기 열정 불태우는 두 배우의

가깝고도 먼 고부이야기

 

연극 ‘세 여자’에서 고부지간으로 만난 사미자(오른쪽)와 최초우 배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 ‘세 여자’에서 고부지간으로 만난 사미자(오른쪽)와 최초우 배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 저 피곤해요.”   

“돈 쬐까 벌어온다고 인자는 시어머니한테 막 대들어. 그러면 죄받어. 잘 사는 집안 대를 끊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시아버지, 남편까지 잡아먹은 년이 뭘 잘했다고 큰소리여!”

연극 ‘세 여자’ 연습실에 익숙한 목소리가 퍼진다. 53년간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지켜온 배우 사미자씨의 목소리다. 사씨는 4년 만에 서는 연극무대에서 종갓집 시어머니 ‘봉자’ 역할을 맡았다. 봉자는 아들을 못 낳은 며느리가 못마땅해 얼굴만 보면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정작 며느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인물이다.

사씨는 ‘시어머니 전문’으로 통한다. 드라마 속 지독한 시어머니 역할 때문에 아들이 연애하기 힘들었을 정도. 2남 1녀를 둔 그는 현재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은 고부의 모습을 찍어 방송하기도 했다. ‘시집살이 된통 시킬 것 같은’ 센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러운 시어머니’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며느리들의 복이다”라고 너스레를 떨 만하다.

1963년 동아방송 1기 성우로 데뷔한 사씨는 ‘사랑이 뭐길래’ ‘장미와 콩나물’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너는 내 운명’ ‘당신만이 내사랑’ 등 70여 편의 드라마와 ‘성춘향’ ‘아리랑’ ‘무녀도’ 등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TBC 연기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비롯해 제9회 대종상영화제 여자조연상, MBC 연기대상 여자우수상, 제5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 등을 받으며 국민배우로 인정받았다.

이제 시어머니 역할이 지겹지 않을까. 사씨는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역인데 그걸 다른 이에게 뺏기는 게 싫다”며 욕심을 냈다. 6월 13일부터 방영되는 SBS 일일드라마 ‘당신은 선물’에서도 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앓게 된 며느리와 어린 손녀를 반듯하게 키우려고 악착같이 산 시어머니 ‘최강자’ 역을 맡았다. 작은 체구 어디서 힘이 솟는지, 꼬장꼬장한 ‘세 여자’의 봉자와 닮았다.

‘세 여자’는 종갓집 시어머니 ‘봉자’, 며느리 ‘수연’, 손녀딸 ‘승남’ 등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애증과 갈등, 위기의 순간들을 극적으로 그려낸 연극이다.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지며, 그 연속성에서 할머니와 며느리, 손녀의 삶은 중첩된다.

봉자는 손녀딸을 낳고 임신을 못 하는 며느리 몰래 씨받이를 받으러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과 아들을 잃고 불구가 됐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대를 잇지 못한 죄책감으로 순종하며 사는 며느리의 간호를 받아가면서 한집에서 산다. 손녀딸 승남은 대를 끊었다며 엄마를 구박하는 할머니를 증오하며 집을 뛰쳐나가 결혼하지만, 임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이혼한다.

 

1963년에 데뷔한 사씨는 ‘시어머니 전문배우’로 통한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1963년에 데뷔한 사씨는 ‘시어머니 전문배우’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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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씨의 며느리 역할을 맡아 함께 무대에 오르는 최초우씨는 배우이자 이번 작품을 제작·기획한 극단 토지의 상임대표다. 35년간 연극무대를 누빈 그는 ‘아그네스’ ‘마요네즈’ ‘춘몽’ 등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80여 편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최씨는 “시어머니 역할로 몇 분의 후보가 있었지만, 사미자 선생님의 따뜻한 인간미가 이번 작품과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남 백암아트홀에서 가슴 아픈 고부의 연으로 관객 앞에 설 두 사람을 만났다

-3일간의 짧은 공연이다.

사미자(이하 사)= 최 대표가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기획한 공연인데 사실 3일은 굉장히 아쉽다. 그런데 작품이 워낙 힘들고, 온 정열을 쏟아야 하니까 한 달 동안 무대에 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내가 워낙 노쇠하고, 예전보다 기력이 떨어져서 ‘짧고 굵게 치고 나오자’ 이런 각오다.

최초우(이하 최)= 다른 극단과 다르게 토지는 대학로의 100~200석 공연장에서 장기공연을 해본 적이 없다. 대극장에서 4~5회 공연하고 지방 투어를 돈다. 극단 특성상 장기전은 안 한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극단이 보유한 관객층 대부분이 강남 거주자인 이유도 있다.

-어떻게 만나게 됐나.

최= 이런 역에 선생님이 잘 맞을 거 같았다. 예쁘시고, 푼수 같고, 귀엽고…. (사미자 팔을 잡으며) 죄송해요, 선생님. (웃음) 그런데 사나울 때는 또 무섭다. 선생님은 다 갖고 계신다. 따뜻함과 인간미도 있어서 측은지심이 생기고, 관객과 가장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연기자다.

사= 오승수 연출에게 ‘꼭 같이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더라. 작품을 읽어 보니 대사를 많이 외워야 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그림이 딱 그려지더라. 손녀딸로 출연하는 이은주, 박새별은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 신인들이다. 이들을 다독이면서 하는 작업도 괜찮겠다 싶었다.

최= 선생님이 큰 어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연기 호흡이 안 맞는 신인 배우들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다독이시고 오히려 저보다 더 따뜻하게 배우들을 보듬더라. 역시 그릇이 큰 어른은 다르구나 생각했다.

사= 방송국에서도 나는 늘 지도한다. ‘으’ ‘이’ 발음에 따라 문장이 틀어지는데도 그냥 하는 배우들이 있으면 ‘스톱, 너 이대로 다시 해’ 한다.

 

극단 토지의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최초우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극단 토지의 대표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최초우씨.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쉬지 않고 계속 대립하는 관계다. 힘든 점은 없나.

최= 각자 자기 색깔이 다르지만,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연기’라는 게 있다. 연기를 통해서 하나씩 자기 색깔을 벗고 상대방 것을 공유하고 같이할 수 있다. 선생님 큰딸과 제가 동갑이니 엄마 같은 분이다. 어려운 존재여서 처음엔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선생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지금은 오히려 많이 배운다.

사= 처음에는 ‘이건 내가 이끌어 나가는 거다’ 하는 자만심을 가졌었다. 늙은 고집이다. 그런데 차츰 ‘어, 내가 이 사람들한테 밀리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최 대표는 장사 해야지(최 대표는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표 팔아야지, 대표 노릇에 연기까지 한다. ‘저 정신없는 여자가 어떻게 연기를 하나’ 했는데 어느 틈엔가 점점 역할에 물들어 가더라. ‘아이고, 내가 게으름 피우면 안 되겠다’ 싶었다.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이 깊게 밴 작품이다.

사= 세상에 대사를 파헤쳐보면 ‘뭐가 급혀서 고추도 안 달고 먼저 나와’ ‘이게 다 그년 때문이여’ 이렇게 시어머니가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는다. 갓난아기가 고추 달고 싶다고 달고, 안 달고 싶다고 안 달고 나왔겠수? 그걸 며느리 잘못으로 몰아서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노인이다. 그 집요한 고집이 굉장히 밉지만, 나중에는 죽어가는 며느리 앞에서 다 풀어진다. 굉장히 슬픈 연극이다.

-인물에 녹아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 얼마 전 한 할머니가 노래자랑에 나왔는데 신청곡 대신 자꾸 다른 노래를 부르더라. 사연을 알아보니까 6년 전에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모든 걸 놔버린 거다. 정신이 나갔더라. 남편이 ‘노래를 부르면 잊힌다’고 해서 노래를 한다고 했다. 그 사연을 보면서 내 역할에 대입했다. 나 때문에 죽은 동식이(극 중 아들)를 떠올리며 막 울었다. 맨 처음엔 ‘이걸 왜 이렇게 썼을까’ 그랬는데 점점 ‘최솔 작가가 보통이 아니구나’ 존경하게 됐다. (역할을) 내 마음속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니까 가슴이 덜컥했다. ‘아이고, 잘해야 하는데 큰일 났다’ ‘대사 잊어버리면 큰일인데’ 막 요동을 쳤다.

“연기만 하고 싶다”

“이 길을 사랑한다” 76세 노배우의 고백에 뭉클했다. 사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나한테 왔을 때 그걸 뺏기는 게 싫다”며 “일 년에 한 번 온 가족이 가는 여행날짜를 잡아 놨는데 연극 섭외가 들어왔다”며 “나만 빠졌다. 여행을 잡아놓으면 꼭 일이 생긴다”고 웃었다. 일을 포기할 법도 한데 언제나 일이 먼저다. “내년에도 여행 일정을 잡을 거다. 그때 또 일이 들어오리라 믿고.”

최 대표는 연극 한 편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8세부터 연극배우로 살아온 그는 카페 운영으로 돈을 벌고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며 인간관계 형성에도 열심이다. 인연을 맺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관객이 되기 때문이다. 

“연극을 하는 사람은 왜 가난하고 못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최 대표는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 나머지는 열심히 일한다”며 “내가 가난하다고 누가 표를 사주는 게 아니다. 연극하면 가난하단 얘길 당연하게 듣는 게 너무 싫다”고 말했다. “열정이 아니고 생존”이라는 그는 “연기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 토지는 1987년 1월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최솔과 최 대표를 중심으로 창단했다. 둘은 부부 사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를 모토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삼포가는 길’ ‘칠수와 만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내의 일기’ 등 80여 편의 창작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언제 어디서든 상시공연이 가능하도록 상품화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자는 것이 최 대표의 목표다.

 

사미자(왼쪽)씨와 최초우씨가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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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실제로 고부 사이는 어떤가.

사= 나는 시부모님을 존중했고, 시부모님도 며느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 부딪힐 일이 없었다. 그런데 며느리하고 같이 살면서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나는 며느리를 최고로 생각하는데 며느리가 생각하는 시어머니는 그게 아닌 것 같더라. 불평이 생기고 미웠다. 3년 전쯤 며느리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내가 못된 시어머니였더라. ‘내가 너희를 먹여 살리는데 넌 그 답을 못하냐’ 이랬던 거다. 그렇게 반대로 (입장 바꿔서) 생각하니까 예뻐지기 시작했다.

최= 시어머니는 고약한 분이셨다. 시어머니에게 욕을 먹은 후에는 마음을 닫고 살았는데 결국 갑자기 돌아가셨다. 남편 최솔 작가가 자기 어머니를 모티브로 썼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어머니랑 너무 많이 닮았다. 20년 전에 한번 공연했던 작품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것은 우리들 얘기, 우리 삶, 옆집 이야기처럼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나와 우리 시어머니의 얘기인 거다.

-고부 사이는 참 어려운 숙제다.

사= 어제 며느리가 오후 12시에 나가서 밤 11시에 들어왔다. ‘한잔 했니?’ 했더니 ‘아니요, 안 했어요’ 하더라 ‘아이고, 얘 보고 싶어 죽을 뻔 했다’ 그러고 말았다. (웃음) 왜 이것도 안하고, 저것도 안 하니 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작품에서는 안 버리고 끝까지 우기고 고집하다가 며느리가 죽어가니까 ‘죽지마, 내 앞에서 죽지마’ 하고 애원한다.

최= 사실 아직도 시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다. 돌아가실 때 용서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 작품에서는 남편을 죽게 한 시어머니를 용서하는데 정작 나는 시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다. 연습을 하면서 계속 마음에 걸린다. 어머니를 편히 가시게 했어야 하는데 기회가 없었다. 이제는 용서하고 싶다.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남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세 여자’는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애증과 갈등을 그린 연극이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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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기 열정이 꼭 닮았다.

사= 그렇다. 가족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거기서 즐거움까지 얻는 거다.

최= 연극하면서도 애 둘을 무용 공부까지 시키며 지금까지 살아있다. 후배들이 부럽다고 한다. 나를 부러워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된다. 왜 안 되나. 열심히 하면 된다. 아무리 저녁에 술을 마셔도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땀 빼고 일한다. 열심히 사는 거다. 내가 가난하다고 해서 절대 누가 표 안 사준다.

사= 나는 석양을 보면서 가는 나이다. 앞으로도 좋은 일이 들어오면 다른 걸 다 포기하고 일을 선택할 자신이 있다. 난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새벽에 일 나가서 밤을 새고 이튿날 새벽에 들어와서 2~3시간만 자도 ‘행복하다’ 그랬다. 일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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