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앞에서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의 친구 박영민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28일 구의역의 고장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승강장에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31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앞에서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씨의 친구 박영민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28일 구의역의 고장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승강장에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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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여성신문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안전문 정비 작업 중 목숨을 잃은 19세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유족에게 공식사과한 가운데 서해성 작가가 지난 30일 인터넷 매체 ‘고발뉴스’에 공개한 추모시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성공회대 교수이자 소설가로 활동 중인 그는 ‘스크린도어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시에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살았던 가난한 청년의 혼령을 위무하고 있다. 서씨는 시와 함께 남긴 글에서 “하루 30개 남짓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19살 노동자가 죽을 때 지녔던 소지품에는 한국 19살 청년을 나타낼 수 있는 단 한 개의 물품도 없다”며 “부모가 공개한 소지품 목록은 어떤 시로도, 어떤 문학으로도, 어떤 영상으로도 나타낼 길 없는 엄숙한 리얼리티”라고 썼다.

이어 “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월급은 140만 원이었다. 껌 한 개, 휴지 한 장 없는 그의 일상 앞에 슬픔이란 말조차 사치이자 허영일 뿐”이라고 기록했다. 아래는 ‘스크린도어 사이에서’ 시 전문.

스크린도어 사이에서

-19살 지하철 안전문 노동자의 죽음에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나의 문은.

날마다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면서도

나는 나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어보지 못했다.

스패너로 아무리 풀어도 가난은 조여 오고

펜치로도 끊어낼 수 없는 배고픔을 끌어안은 채

문에서 문으로 내달렸다.

닫힌 문에서 닫힌 문으로 달려온

내 열아홉 살,

대낮에 땅 밑으로 내려가는 출근

철길 끝으로 퇴근하면 깊은 밤이었다.

고장 난 문을 고칠수록

내 몸 어디선가 문은 칸칸이 닫혀만 갔다.

구의역에서 마지막 문을 열었을 때

거기 유리벽에

내가 본 적 없는 내가 짧은 순간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전동차는 달려 들어오고

다급하게 유리벽을 두드려 살려 달라 외치는

오늘은 내 생일

내가 나에게로 향하는 문이 일그러졌다.

작업가방 속에는 아직 먹지 못한 컵라면

틈이 나면 국물이라도 떠먹고 싶어 넣어둔

내 열아홉 살 숟가락을 스스로 젯상에 올린다.

뼈가 나무 젓가락인 양 부서지고

또 어디선가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만 나에게로 오는 문만은 열지 말아다오.

작업가방 속 드라이버를 끄집어내

열아홉 살을 조여 다오.

이 죽음을.

목숨마저 하청 용역 비정규직인

이 하루가

다시는 열리지 않게끔.

이 슬픔을 조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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