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대담에서 “온전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6·10 민주화항쟁 세대가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던 열정으로 모든 걸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여성신문과의 대담에서 “온전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6·10 민주화항쟁 세대가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던 열정으로 모든 걸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가 발전 비전으로 지방분권형 국가 제시

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과 대담 

“대중의 상식 바꾸고 변화 이끌어내는 게 지도자들의 몫”

“대한민국은 중앙집중화된 국가체제의 틀에 갇혀 시민권도, 지방자치와 분권도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양 중심의 역사, 한양으로 편중된 중앙집중국가가 600년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제 진짜 달라져야 한다. 지방자치는 21세기 민주화 투쟁의 새로운 지평이고 새로운 혁명의 목표다.”

안희정(53) 충남도지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진 여성신문 김효선 발행인과의 대담에서 국가 발전 비전으로 지방분권형 국가를 제시했다. 안 지사는 온전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6·10항쟁 세대가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던 열정으로 모든 걸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출신이고 재선 도지사로 7년째 행정 경험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다고 생각하나?

“어른이면 자기결정권, 자기책임성을 가져야 되는데 여건이 전혀 안 돼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정 철학의 중요한 줄기로 보지 않는다. ‘지방에다 맡겨놨더니 호화성 외유나 하고, 호화성 청사나 짓고, 무책임하다.’ 이런 얘기를 듣다보니 맡기면 안 된다는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된다. 87년 6·10항쟁과 91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 큰 진척이 없다. 선거로 민선단체장을 뽑은 것 외에는 무늬만 지방자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민주주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경양식집에 가면 포크, 나이프 여러 개가 있다. 이를 지방자치에 빗대보자. 기초자치단체라고 하는 생활정부의 포크가 있고, 광역정부라는 광역자치단체의 포크가 있고, 국가권력이라는 포크가 있다. 각각 역할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거의 하나로 똑같이 쓴다. 국가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굳이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지방자치 수준은 아들, 딸이 결혼해 분가했는데 밥 먹을 때는 모두 부모 집에 모이는 형국이다. 가족계획부터 주말여행까지 모든 의사결정을 엄마, 아빠가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방분권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딱 잘라서 줘야지, 찔끔찔끔 해선 안 된다. 지방정부 구성 권한을 아예 주민들한테 줘야 한다. 예컨대 주민들이 지방정부 형태를 어떻게 하고 어떤 역할을 맡지 스스로 결정해서 운영하게 해야 한다.

세계의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의회가 시장을 고용하는 권력 구조를 가진 경우도 있고 미국의 일부 주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동시에 갖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앞으로 10년간 지방정부 몇 곳에 사법권, 경찰권 등을 모두 주는 시범 운영을 해보자.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공언했지 않나. 지금의 관료조직과 정부조직으로는 안 된다. 진짜 대한민국이 바뀌어야 된다. 지방분권을 이루지 못하면 대한민국 역사는 절대 전진하지 못 한다.”

-갑자기 하긴 힘들지 않겠나.

“지금 대한민국은 4년, 5년짜리 계획 밖에는 못 세우지 않나. 지도자들이 지방자치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잘하는 나라가 더 좋은 나라라는 원칙을 합의해서 10년, 20년 장기 국가계획을 세워야 한다.”

-6‧10 민주화항쟁 세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6‧10 민주화항쟁을 통해 우리는 총칼에 의한 쿠데타를 막았고, 장기독재를 막았으며, 선거권을 확보했다. 그게 민주주의의 끝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더욱 확산돼야 하고, 백성을 주인으로 보는 철학과 사상은 더욱 깊이 있게 나아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면서 인간다운 삶의 질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사회다. 생활정부가 실현되면 보통사람들의 삶에서 국가는 별로 모습이 안 보여야 한다. 국가가 모습을 보일 필요도 없다,”

-민주주의에서 지방자치가 왜 중요한가.

“주권재민은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이것이 작동하는 제도가 지방자치다. 민주주의에선 주권자가 신민이 아니다. 백성이 곧 하늘이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정치철학을 보면 주권자가 신민이다. 국가 권력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이 해야 할 몫도 있지 않나.

“사람들의 상식이 바뀌지 않으면 제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가부장적인 남자 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하지 않으면 성평등이 오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지도자들의 역할은 뭘까.

“역사의 모든 지도자들은 대중의 상식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일생을 걸고 사람들의 상식을 바꾸고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지도자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좋은 지도자들은 다 죽는다. 그것도 자기 백성에 의해 죽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통해 역사는 전진하고, 우리는 그를 장사 지내면서 영웅이라고 호칭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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