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자매애로 뭉친 여성 노인들
각각 선명한 개인사 조명
노년기의 삶과 고민 다뤄
케이블TV tvN 16부작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연출 홍종찬)가 방송 4회 만에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와의 만남은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윤여정, 주현, 김영옥, 신구 등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에 감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선·후배, 동창 등으로 구성된 노년기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극 중에서 어르신들 뒷바라지로 고생하는 박완(고현정)은 제일 젊지만, 37세 중년이다. “배우긴 뭘 배워. 배울 게 있어야 배우지. 만나기만 하면 싸움박질하시지. 사람만 없으면 뒷담화질 하시지. 삐지시지. 우시지. 땡강쟁이시지. 나이만 먹으면 어른이니? 노인과 어른은 분명히, 엄연히 달라.”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완이는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처럼 어르신들에게 영원한 짐꾼 같은 존재다.
드라마는 ‘어른과 노인의 차이가 대체 뭘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드라마를 위해 청춘들의 어른에 대한 시각을 취재한 드라마 제작진은 “그들은 가차 없이 자신의 윗세대를 어른 아닌 다만 노인으로 폄하하며, 몇몇 부정적 단어로 그들을 규정지었다”고 밝혔다. “꼰대, 불편, 의무, 부담, 뻔뻔, 외면, 생색, 초라, 구질, 원망, 답답 등등. ‘조용히 살아주셨으면’은 공통된 견해였다”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시각은 어른들에 대한 정보의 부재, 관찰의 부재에서 온 것이라 결론지은 제작진은 노인의 이야기가 아닌 어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목처럼 청춘과 어른이 ‘친애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대부분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 시어머니, 할머니로 등장하며 식사 시간에 덕담 한마디 건네곤 했던 노인 세대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살아 숨 쉰다.
72세 조희자(김혜자)는 6개월 전 남편이 죽고 나서 갑자기 사는 게 두려워졌다. 정신과 의사 말이 망상성치매기가 있단다. 치매는 결국 진행될 텐데 그럼 어쩌지? 인생을 외면하고 싶은 그는 소녀 같은 얼굴로 자살을 기도한다. 희자의 친구 문정아(나문희)는 제주도 여행 한번 못 가보며 시동생 여섯을 다 건사하고 시부모 똥오줌도 받아냈다. 배낭을 짊어지고 노브라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영화 주인공처럼 여행하는 꿈은 그의 마지막 희망이다.
63세 이영원(박원숙)은 열아홉에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배우로 승승장구했다. 첫 남자와 한 달을 못 살고 이혼하고, 15년이 지나서야 열 살 어린 연하남을 만나 5년을 살았는데 연하남이 사업에 실패해 부도를 맞았다. 그 와중에 또 이혼당한다. 65세 오충남(윤여정)은 영원의 2년 선배이며 희자, 정아의 후배다. 연애는 많이 했으나 현재까지 싱글이다. 고향 근처에서 야외카페를 하며 젊고 신나게 살지만 후배들에겐 꼰대 취급을 받는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일생을 건 할머니들의 자매애, 그 끝은 창대하리라”고 20자 평을 남겼다. 황 평론가는 “등장 노인들은 모두 과거와 현재가 있고 각자의 인격을 가졌다”며 “노인 문제를 다뤘다기보다는 노인을 한 사람의 개인으로 바라보는 점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드라마는 ‘꼰대는 꼰대다’ ‘꼰대가 아닌 척하는 게 더 꼰대스럽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애써 어떤 교훈을 도출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지지 않으려 말싸움하고, 까대며 물러섬이 없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완의 엄마 장난희(고두심)는 작가인 딸에게 “요즘 시니어 얘기가 대세니 글을 한번 써보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완이는 “늙은이들 얘길 누가 읽어? 솔직히 관심 없어. 안궁(안 궁금해)!”이라고 했지만 끌려나간 엄마의 동문회에서 시니어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는다. 엄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이모들과 부딪히며 노인들을 이해하게 된다.
평균나이 75세, ‘꼰대들’이라고 지칭되는 완이의 엄마와 그 친구들은 아직도 아웅다웅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 완이는 이모들과 함께 있으면 은근히 재밌고, 신나고,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다. 때때로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들의 지혜는 상쾌하다. ‘올드한 세대’의 인간적인 면모와 비겁함, 약함, 귀여움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작가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