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여진 추모 쪽지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수만 장의 포스트잇과 신촌에서 이어진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성들은 본격적으로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직시하고, 성찰하기를 사회에 요구한다.
‘여성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주최한 한국여성민우회의 최진협 사무처장은 “여성들이 길거리, 엘리베이터, 화장실, 심지어 집에서 겪은 차별과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고 침묵한다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여성혐오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문제의 본질을 모르겠다면, 먼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성들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발적인 추모 열기와 여성혐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듣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여성들이 왜 피해자와 동질감을 느끼는지, 왜 여성혐오 범죄라고 하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소통 창구를 마련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여성에 대한 통제와 보호에만 초점을 맞췄던 정치권이 이번에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여성혐오를 당장 없애긴 사실상 어렵다. 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성차별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젠더교육과 문화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며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층적이고 장기적으로 문화적 운동과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자유주의 사회에선 전통적인 남성성을 유지할 수 없고, 여성을 인간으로 인정하고 책임뿐만 아니라 권리도 나눠야만 거대한 자본주의에 함께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점을 남성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여성혐오에 맞서는 것은 공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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