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직업윤리를 가져야 할까?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교직의 직업 선호도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거의 발령이 보장되는 교대는 말할 것도 없고 치열한 임용고사 경쟁을 뚫어야 하는 중등교사 과정(사범대학)도 최상위권 성적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교직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교직은 정년이 보장돼 있다. 둘째, 한국의 교사들 급여 수준은 실질 구매력으로 환산할 때 세계 최고라고 한다. 셋째, 남녀 차별이 거의 없다. 그러기에 특히 여성들이 선호한다. 넷째, 교사들에게는 매년 석달 정도의 방학이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다 쉬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교사들은 글자 그대로 ‘방학(放學)’을 즐긴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은 아직도 정년 이후 일반 국민에 비해 세 배 이상의 연금을 보장받고 있다.
한국 교사들의 지위나 처우가 이렇게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의 일이다. 아마도 주된 공로는 90년대 시작된 교육개혁과 89년에 출범한 전교조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한 가지 도전적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교직의 직업적 위상이 좋아진 만큼 우리의 학교교육도 나아졌는가?
단언하건대 국민의 99.9%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낮아졌고 실제로 학교교육의 역할이나 기능도 크게 축소됐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친근감이나 애착심도 떨어져 학업중단이나 학교부적응 학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제기된 학교교육 위기 징후가 이제는 위기를 넘어 그야말로 붕괴를 우려해야 할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한 학교교육의 변화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새로운 차원의 학교교육을 만들어나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교육은 어려워지고 교사들의 처우는 좋아지게 된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물론 학교교육의 문제를 모두 교사들 탓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교육정책이나 시대적 흐름과 같은 거시적 요인들의 탓이 훨씬 크다. 하지만 적어도 교사들이 현 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적지 않은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도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추진하는 혁신학교들의 성공사례는 그 증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사례들은 아직 일반적인 흐름을 이루기에는 너무 적다. 전체 교사들의 의식이나 노력은 교육 상황에 대한 통절한 문제의식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런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는다면(이 조건절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 나는 교사들의 직업윤리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옛날 박봉 교사 시절에는 교사들의 공직자 의식이 매우 강했다고 한다. 교사의 헌신성도 높았고 직업윤리에도 매우 철저했다. 직종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양식이 변한 탓이기는 해도 예전의 교사들과 현재의 교사들이 느끼는 공직 의식이나 직업적 책임감은 너무 차이가 크다.
내가 바라는 교사의 직업윤리는 이런 것들이다. 우선,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어느 경우에도 아이들을 신뢰하고 또 아이들에게서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교직은 자신의 생계 유지를 넘어 엄청난 도덕적 책임을 수반한다는 점을 늘 의식해야 한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은 학생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직 수행의 목표는 자신의 편의나 이익이 아니라 학생의 진정한 성장에 있음을 확실히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것보다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