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과 여성혐오 사회 ①

정부·정치권,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관리감독 강화 추진

전문가들 “문제의 핵심 놓치고 있다” 비판

“화장실 대책은 근시안적...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부터 바로잡아야”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 개발팀이 첨단 소리 센서 등이 장착된 모듈과 사이렌이 울리는 확성기를 선보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스마트 세이프 화장실' 개발팀이 첨단 소리 센서 등이 장착된 모듈과 사이렌이 울리는 확성기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부근 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이후, 유사 범죄 방지 대책 논의가 본격화됐다. 정부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정신 병력이 있는 한 개인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고, 사건 발생 장소인 공용화장실 관리감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전국의 민간 화장실을 공공기관 관리를 받는 개방화장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각 지자체에선 이미 지역 내 공중화장실 실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도 지난 20일 사건 현장을 둘러본 후 관계부처 간부들에게 “범죄로부터 취약한 여성·아동 등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남녀 화장실 분리, 우범지역 환경 개선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 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관련 법제화 움직임도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공중화장실이 더는 범죄의 사각지대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며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도록 하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 방지법’(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데 대해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경찰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데 대해 분노한 20대 여성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혐오가 죽였다!'라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뉴시스·여성신문

이것이 과연 효과적인 재발 방지 대책일까. 전문가들은 공용화장실 관리 논의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를 중대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회적 맥락을 무시하는 일이며, 오히려 범죄의 해결·예방을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들의 몫으로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은 공용화장실 관리 개선안이 “이번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인은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을 표적으로 한 범죄다. 기존 여성 차별과 폭력이 한 방에 표출된 것”이라고 봤다. “사건 이후 시민들이 공용화장실 이용을 불편해하는 건 사실이므로 이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마땅한 대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정책 입안자들은 이번 사건이 화장실 문제도, 뿔 달린 한 괴물이 저지른 특수한 범죄도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화장실에 집중하면 사건의 기저에 있는 여성혐오(misogyny)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에게 안전의 책임을 떠넘기고 기존의 젠더 차별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화장실 대책’은 남녀 모두에게 좋지 않은 해법임을 보여주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페미니즘 연구자 제니퍼 웨슬리와 에밀리 가더는 공공장소에서 범죄에 희생될 수 있다는 공포가 여성들에게 ‘두려움의 지리학’(Geography of Fear)을 심어준다고 봤다(제니퍼 웨슬리·에밀리 가더의 2004년 논문). 여럿이 함께 다니고, 늘 호신 무기를 소지한다 해도 여성들은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 여성들은 점차 ‘위험한 공공장소’를 멀리하고 집처럼 사적인 공간에서만 활동하게 된다. 여성의 안전과 생존은 가해자가 아닌, 여성 자신이 책임질 문제로 남는다. 여성폭력 문제의 일부인 남성과 사회 젠더 구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 남성성과 폭력의 관계는 당연한 것이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저지르지 않는 대부분의 남성에 대한 편견을 낳기도 한다. 남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22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집회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dosage for cialis sexual dysfunction diabetes cialis prescription dosage
22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집회에서 한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
dosage for cialis sexual dysfunction diabetes cialis prescription dosage
ⓒ뉴시스·여성신문

따라서 정말 바꿔야 할 것은 공공연히 여성혐오를 발화해도 문제 되지 않고, 젠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동원해도 된다고 여기는 사회 구조다. 이를 방치하고 CCTV를 늘리거나 남녀 화장실만 분리해서는 또 다른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막을 수 없다.

정 당선인은 “여성을 노린 범죄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가정폭력은 집에서 일어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도 “이번 사건은 성차별적 사회 구조가 낳은 젠더폭력이다. 지금 많은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서 집단 추모 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건 기저의 여성혐오적 사회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유사 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그것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묻지마 범죄’, ‘화장실 대책’ 등에 집중하는 행태는 차별적 구조를 바꾸기 싫어하는 주류 남성들의 면피 행위”라며 “특히 성범죄와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정치권부터 자신들의 낮은 젠더 의식을 의심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