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젠더 이슈가 연일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2030세대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신문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회적 쟁점에 관한 논의의 폭을 넓히고자 ‘까칠한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페미까톡)’를 기획 연재합니다. 연재글에 관한 의견이나 원고는 saltnpepa@womennews.co.kr로 보내주시면 검토 후 연락 드립니다. 

페미까톡 ② 이상인 (서울 성북구·자영업자)

7년 전, 미국 남부 지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때의 일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남아 있던 시골 마을이었다. 함께 공부하던 다른 유색인종 친구들은 내게 섬뜩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한 일본인 친구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한 무리의 백인 남성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들은 친구에게 욕설을 퍼붓고 총을 들이밀며 ‘더러운 중국인, 썩 꺼져버려’ 라고 위협했다. 그런 얘기를 듣다 보면 사람이 변한다. 문득 길을 걷다 마주친 백인들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곤 했고, ‘어느 날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도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귀국해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그 날의 두려움은 좋은 안줏거리가 됐다. “야, 너넨 살면서 그런 경험 해봤냐?” 약간의 허풍을 섞어서 말하면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 한 여자 친구가 말했다. “난 자주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나 혼자 집에 있는데 누가 택배 기사라며 문을 두드릴 때, 늦은 시간에 홀로 집까지 걸어갈 때마다 얼마나 무서운데.” 다른 여성들은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나를 비롯한 남성들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고 술잔을 비우는 데 집중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발생 장소와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를 찾은 시민들이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발생 장소와 가까운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를 찾은 시민들이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강남역 살인사건은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소환했다. 내 또래의 남성이 공용화장실에 숨어 범행 대상을 기다리다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이 들어오자 습격해 살해한 사건이었다. 그는 “사회에서 만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여자라서’ 살해당한 피해자를 생각하며, 나는 ‘유색인종이라서’ 위협과 폭력을 당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렸다. 당시 같은 유색인종으로서 느꼈던 공포도 함께. 

한국 남성들은 ‘약하다’라는 말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국은 남성성이 곧 ’강자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본질적으로 강인한 존재라고, 혹은 강인해져야만 하는 존재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교과서와 TV 프로그램과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란다.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 몰두할 것을 요구받느라, 그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의 입장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 같은 평범한 남성이,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한 미국의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서 낯모르는 백인들의 손에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을 ‘약자’로 인식하게 됐을 때의 쇼크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6년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한 여성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의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인가? 이번 사건은 많은 여성들이 매일 생존을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약 90%가 여성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여성이 목숨을 잃은 사례는 나흘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이러한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 비율이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그 뒤에는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회가,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악용해 조회수를 채우는 언론이 있다.

한국은 여성에게 정말 위험한 나라다. 그리고 여성에게 위험한 나라는 모두에게 위험한 나라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남자들부터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관심을 갖고, 묻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사회의 절반이 느끼는 공포와 불신을 이해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에 추모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dosage for cialis sexual dysfunction diabetes cialis prescription dosage
강남역 10번 출구 부근에 추모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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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아 기자

하지만 “여자가 그 시간에 술을 먹고 돌아다니니 죽는 게 당연하다”, “예뻤으면 다른 걸로 찔렀겠지”, “김치녀 한 명 사망 축하” 등의 막말을 일삼고 추모 현장에서 분탕질을 치는 일부 남성들은 노력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언론은 ‘강남 20대녀’ ‘묻지마 살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성혐오가 확대될 우려’ 등의 키워드에 집중하느라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니까 일반화하지 말라”는 불만도 한심할 따름이다. 여성들에게는 이 모든 게 더욱 섬뜩한 공포다. 그 사실을 왜 아직도 모르는가? 혹은 알고도 부정하는가?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악당이 아니다. 정신 병력이 있는 한 개인의 병리적 일탈로 축소해 바라볼 문제도 아니다. 인터넷 창만 켜 봐도 넘쳐나는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글들이 문제의 진짜 근원이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범죄가 발생했고, 20대 여성이 죽었는데도 그 원인인 여성혐오에 대해 논의하고 반성하는 것조차 못 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이런 사회에서 왜 살아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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