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원 51명으로 늘어난 만큼
국회직에 꼭 여성 들어가야”
1호 법안은 국회법 개정안
산자위, 정무위 희망
“국민의당 호남 석권은
더민주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심판”
“호남정치의 부활과 호남정치
역량 강화 위해 뛰겠다”
최초의 여성 검사, 법조 3륜(검사‧판사‧변호사)을 모두 거친 첫 여성 정치인, 4선 중진. 조배숙(60) 국민의당 당선인에게 붙은 수식은 화려하다. 여기에 ‘국회부의장’이란 타이틀을 덧붙일 수 있을까.
“여성 국회부의장, 국민의당 이미지 제고에 도움”
조 당선인이 국회 부의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여야 3당의 국회의장단 협상에서 국민의당은 국회 부의장 두 석 중 한 석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조 당선인은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대 국회는 여성 의원이 전체의 6분의1, 51명에 이른다. 여성 의원들이 늘어난 만큼 국회직에 여성이 꼭 들어가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회부의장을 배출한다면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여성이 소수니까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도 국회부의장을 여성이 맡아야 한다. 신설 정당인 국민의당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기본철학에도 맞다. 여성 국회부의장 배출은 시대정신이다.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새로운 정치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의당이 그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조 당선인은 “지금 국민의당의 주요 당직에서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일어선 국민의당에서 호남의 주요한 축인 전북을 소외시킨다면 지지층을 잃을까 두렵다”며 “당에서 전북 출신인 저를 국회부의장으로 추천한다면 전북 도민들도 흡족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가능하려면 국회부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하는 자리다. 여성에겐 협상 능력이 있다. 전북 출신의 여성 정치인으로, 법조3륜을 거쳐 국회 상임위 위원장을 지낸 경력을 살려 20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고 싶다. 국회부의장이 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로 만들겠다.”
조 당선인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권유를 받고 정계에 입문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16대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진출한 후 17, 18대에서 지역구(익산) 의원으로 내리 당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 익산을 후보로 출마해 46.10%의 득표율로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4년은 정치 인생에서 참 많이 아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나? 진인사대천명이란 마음자세를 배웠다. 많이 겸허해졌다.”
-당선 비결은.
“익산에 대한 나의 애정과 진심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갔다. 사람들은 내가 19대 총선에서 떨어지면 바로 서울로 올라갈 줄 알았나보다. 3선을 했으니 일부 유권자들은 양지를 쫓아다니는 정치인인줄 오해했던 것 같다. 낙선한 후 익산 곳곳을 정말 열심히 다녔다. 어떤 행사장에 가면 소개도 안 시켜줬다. 현역 의원이 있으니까 눈치를 보더라. 그런 수모를 다 당하면서도 익산을 지키는 걸 보면서 ‘현역도 아닌데 저렇게 열심히 하니 조배숙은 익산을 위해 일하려는 마음이 정말 크구나’ 이렇게 믿어주시더라. 내 진심을 유권자들이 읽으신 거다.”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했다.
“이는 더민주의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심판이다. 호남이 지지기반인 정당이라면 당연히 호남의 공헌도를 인정하고 평가해줘야 한다. 그런데 선거 때만 호남에 표 달라는 게 말이 되나. 어차피 호남에선 대선 후보를 못 내니 영남에서 내야 된다,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이니 당연히 민심이 떠날 수밖에 없다. 그리곤 요직에 호남 정치인들을 자꾸 배제시켰다. ‘호남 정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곤란하지 않느냐는 거다. 정작 실질적인 기반은 호남인데 대우와 평가는 호남이라는 이유로 자꾸 배제했던 거다. 심지어 옛날 민주당 때는 전당대회 때 당원들의 표에 가중치라는 걸 뒀다. 영남이 호남의 4배였다. 당 대회 도중에 친노를 위해 룰도 바꿨다.”
국민의당은 어떻게 38석, 정당 득표 2위 정당이 됐나
조 당선인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패권주의가 하루 이틀에 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행태가 호남인들에게 응어리로 남아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를 심판했다는 것이다. 정치기반을 무시하고 홀대한 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더민주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보이지 못했다. 그것이 국민이당이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라고 평가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계속 잘못하니 야당이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런데 야당이 워낙 못하니까 지지율이 안 오르는 거다. 더민주가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조 당선인은 “창당한 지 두 달 조금 넘은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38석을 얻고,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을 앞질렀다. 심지어 영남 지역이나 서울 수도권에선 후보도 못 냈는데…. 정당 투표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2등을 했다는 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독선적인 양당 체제를 용납하지 않아 3당 체제가 만들어졌다.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 국민은 진정한 호남정치의 부활과 호남정치 역량의 강화를 원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했고 군부독재를 넘어 민주화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것은 호남 덕분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호남의 역할, 호남의 공헌도를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수권정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이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민생 정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은 맨날 싸움만 한다는 인식이 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을 풀어나가야 된다. 19대와는 다른 모습을 우리가 보여줘야 된다. 국민이 한 번 지지했다고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다. 정치를 잘 못하면 철회할 수도 있는 거다.”
-이전 국회에서 경제법연구회 활동을 했다.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강조해왔는데.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졌다. 소수 1%가 부를 독점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도 심하다. 이를 해소하는데 온힘을 쏟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을 이루는데 주력하겠다. 또 초과이익공유제를 통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잡는데 힘을 쏟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 대규모 유통업체와 이곳에 입점한 업체들과의 갑을관계 해결에 관심이 높다. 중소기업들이 뻔히 불법인데다 자기가 피해 받는 줄 알면서도 이익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절취해도 그대로 당할 때가 있다.”
조 당선인은 “국민이 자기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고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가가 공정한 거래 질서를 잡아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국회에서 입법을 하고 제도를 논의할 때 그런 관점에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광역자치단체 중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전북의 정치인으로 지역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활동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평등을 위한 국가적 투자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의 탈출구라는 것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을 정상 궤도로 진입시키겠다”
조 당선인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그는 “현재 국회법으로는 여야 간 합의가 안 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60%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3당 중 2당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도 60%라는 요건을 맞출 수 없다. 19대 국회의 문제점을 20대 국회가 따라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3당이 정립된 20대 국회에서는 신속처리요건을 과반(50%)으로 완화해서 협력의 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선 중진으로 여성을 위한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조 당선인은 “국민이 3당 체제를 세워준 뜻은 합의와 소통의 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며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 여성의 정치권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여성과 아동, 모성을 보호하는 법안을 내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역 공약으로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을 정상 궤도로 진입시키는 일을 해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으나 기업 유치 실적은 부진하다. 기업 유치와 함께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해 익산의 성장 동력으로 반듯하게 만들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재임 시 백제문화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단초를 마련해 애정이 깊다. 고도보존 육성 사업도 확실히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19대 국회에서 하고 싶었는데 못한 일이 있다. 여성친화도시 특별법 제정과 여성친화 도시계획 설계다. 20대 국회에선 여성친화도시 특별법 제정에 주력할 것이다.” 조 당선인은 상임위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1순위, 정무위를 2순위로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