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공 대사

남아공 민주주의와 함께 성평등 노력

차별과 불평등 없애기 위해서는 다양성 존중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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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1994년 흑백 다인종 자유총선 후 320여 년간의 인종차별에 의한 백인 정권이 종식되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흑인 다수정부가 수립됐다. 이후 남아공은 민주화와 함께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노주코 글로리아 밤(Nozuko Gloria Bam)주한 남아공 대사를 최근 남아공 대사관에서 만나 남아공의 민주화와 여성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남아공의 민주화와 젠더 분야의 핵심적인 변화는 어떤 것인가

“개인적으로 남아공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1994년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었을 때 그사실에 열광했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다양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만들기 시작했고, 남아공 발전의 핵심 부분은 이 ‘다양성에 대한 감사’이다. 남아공의 헌법 서문에는 남아공이 다양성 속에서 통일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다양성에 대한 감사’ 외에 중요한 부분은 헌법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장전이다. 권리장전은 헌법의 아주 중요한 기초가 되는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 여성은 투표할 권리가 없었지만 권리장전을 통해 여성도 투표권을 갖게 됐다.

만델라 정권은 또 국가 재건과 발전 정책을 추진해 빈곤, 불평등, 실업 문제, 인종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이 과제들을 푸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여기에 여성들의 역량이 무엇이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도 살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투쟁에서도 여성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그 당시 여성들은 정부에 흑인과 여성을 차별하는 과거의 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만델라 정권은 재건과 발전 프로그램에 여성역량 강화 정책도 포함시켰다.

 

- 여성의 대표성 상황은 어떤가

“우리는 사실 이 분야에서 진중한 노력을 많이 했다. 1994년 이전에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2.7% 정도였다. 현재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은 상하원 합쳐 41%이다. 장관의 경우에는 43% 정도가 여성이고 차관급 중에서는 45%이다. 여성 판사들의 비율은 38%이다.

공공부문을 살펴보더라도 경영진 중 여성이 45%정도이다. 지방정부 수준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38% 정도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외교 분야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고 있는 81명의 대사들 중 1/4이 여성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정부가 정책을 통해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여성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젠더 평등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정책 발전 과정에서 여성들은 아주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다. 헌법과 권리장전을 바탕으로 여성부를 만들었다. 이후 Chapter Nine Institution 이라는 것도 두고 있다. Chapter Nine Institution은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만들어진 모든 제도들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젠더 평등을 이뤄내려고 하는 제도이다. 여성부장관이 여성 정책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 조언을 하고 부처 산하에 인권위원회를 두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이러한 여성정책과 인권 보장의 성과를 모니터 하고 평가한다. 각각의 부서가 성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역량과 관련된 정책을 얼마나 실행했는가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특정 자리에 누군가를 고용할 때는 이 평등 정책과 부합해야 한다.

정부 부처는 여성과 남성의 비율을 50:50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등 정책에 의해 비어있는 자리가 몇 개인지, 그 자리 중 몇 개가 여성에게 주어질지, 그리고 이 비율이 왜 정당한지를 이야기해야한다. 특정한 자리에 여성을 선택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성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한다. 5개의 비어있는 자리가 있다면 적어도 2개는 여성이 채워야한다. 이것이 우리의 정책 방향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점유하는 부처나 역할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남아공의 국방부 장관은 여성이다. 두 번째 여성 국방부 장관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여성 장관이 있다. 그 전에 에너지 장관을 맡았던 품질레 음람보응쿠카는 유엔 여성의 상임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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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젠더 평등을 위한 모니터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젠더평등의 방향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정부가 약속한 일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이다. 옴브즈만 기구인 CGE(Commission for Gender Equality)를 독립기관으로 두고 있다. 정부 부처의 정책이 제대로 실행 있는지에 대해 모니터한다.”

 

-현재 남아공의 가장 중요한 여성 이슈는 무엇인가

“많은 일을 이뤄왔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특히 빈곤의 문제가 아주 크다. 빈곤의 문제에 있어서 여성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역 여성들의 지위도 살펴야 한다. 여전히 남아공에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빈부 격차, HIV/aids 건강문제 등도 여성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여성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린 소녀들부터 챙겨야 하고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여성이슈는 광범위하기 때문에 빈곤, 건강, 교육 등 각각의 분야에서 여성평등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아공에는 여성과 아이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16일의 운동이란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1월에 시작해 12월 중순까지 계속 되는데 특히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 진행된다. 성폭력 문제는 소녀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자 아이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성폭력에 대한 공동체의 인식을 높이려 한다. 남아공이 민주주의 국가가 된 지 20년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빈곤과 불평등이 존재한다. 국가 전반의 과제와 함께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특정한 과제들을 살펴보는 것이 과제이다.”

 

-아이를 키우고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어려움은 무엇인가

“외교의 세계로 들어온다는 것은 남성들이 전통적으로 지배하는 세계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남성 동료 중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여성 대사들은 다른 나라에 파견될 때 남편과 함께 가야하는데 남편이 좋은 직장에 있다면 그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움직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면 여성들은 남편이 외교관으로서 파견을 받을 때에 당연히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따라가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래서는 안됩니다.” 라고 말했다.

여성 대사는 스스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남성 보다 더 많이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나를 대사 본인이 아닌 대사의 아내로 착각하기도 한다.

대사로서의 역할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한다. 나는 퇴근 후에 아이들이 숙제를 봐준다든지 학교 활동에 참여해야 할 때도 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변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한다.

남아공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돌봄이 깨져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이럴땐 보육시설이 중요하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것 같다. 일과 가정의 균형은 쉽지 않지만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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