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코미디언 시작한 SNS ‘머리 없는 여성들’ 화제
얼굴 잃은 수동적인 익명의 여성, 남은 건 성적 어필 뿐

남녀의 임금 격차, 여성 인력의 부재 등 할리우드를 비롯한 영화계에 존재하는 성차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영화계 젠더 이슈가 제기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샤 벨스키는 목이 잘린 여성의 신체가 등장하는 영화 및 광고 포스터를 수집하는 SNS 프로젝트 ‘할리우드의 머리 없는 여성들’(headlesswomenofhollywood.com)을 시작했다. 텀블러 계정을 개설한지 한 달여 만에 100여건의 포스터가 수집됐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SNS를 통한 사람들의 제보도 끊이지 않는다.
얼굴 없는 여성이 등장하는 포스터라고 하면 흔히 공포 영화나 성인 대상의 ‘19금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아카데미 수상작부터 아동 대상의 애니메이션까지 장르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물론 얼굴 잘린 남성이 등장하는 포스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벨스키는 “남성의 경우 얼굴이 잘린 모습은 특별한 경우이며 대부분 이성에게 섹시함을 부각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영화 포스터 같은 사소한 문제보다 이 세상에는 더 중요한 여성 인권 문제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벨스키는 “여성을 억압하는 수많은 문제가 존재하겠지만 중요한 점은 여성에 대한 이런 형태의 인간성 말살이 소위 주류 ‘진보’ 문화 속에 감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비판적 사고를 갖추기 전에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고 설명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던진 답변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목적을 찾을 수 있다.
“포스터를 모두 모아놓고 보면 섬뜩해요. 마치 자동차 사고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제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예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