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힐러리 클린턴에겐 ‘여성 카드’뿐” 발언에
실물 ‘여성카드’ 제작한 클린턴 지지자 남매
클린턴 등 미국 역사 빛낸 여성 52명 등장
크라우드펀딩 2주 만에 1억원 이상 모금
“솔직히 말해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도 득표하지 못했을 겁니다. 클린턴이 가진 것은 ‘여성 카드’뿐이죠.”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간) 한 말은 거센 반발과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이 말에 착안해 진짜 ‘여성 카드’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클린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대법관 등 미국 역사를 빛낸 여성들이 그려진 게임용 카드 한 벌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잭 월스와 아이오와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는 제비 월스 남매가 시작한 ‘여성 카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바로 가기)엔 2주 만에 3000여 명이 참여했다. 10일 현재까지 목표액 5000달러(약 586만원)의 2배 이상인 11만달러(약 1억2800만원)를 모금해 화제에 올랐다.
이들은 각 장에 새겨질 여성을 선정하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첫 장인 하트 에이스엔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클린턴의 얼굴을 새겼다. 20달러 지폐의 새 얼굴이 된 흑인 노예 출신의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은 여덟 번째 장에 등장한다. 철도공사 노역에 8년간 동원됐던 그의 삶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이자 우주에 두 번 다녀온 샐리 라이드 박사는 두 번째 장에 새겨질 예정이다. 목표는 카드 한 벌(총 52장)을 만드는 것이되, 일단 7월까지 13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카드 13장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여성 카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도 주문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 등 SNS에선 카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각 나라마다 ‘여성 카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힐러리 캠프도 신용카드 형태의 ‘여성카드’를 만들어 트럼프의 공격을 거꾸로 선거자금 모금에 활용하고 있다. 10달러 이상 기부하는 지지자들에게 제공되며 미국 전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