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 딸 차별 없는 사회로” 여성마라톤서 ‘히포시’ 선언한 남성들
“‘복덩이’ 딸 차별 없는 사회로” 여성마라톤서 ‘히포시’ 선언한 남성들
  • 박길자 기자
  • 승인 2016.05.07 15:15
  • 수정 2017-07-09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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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에 마련된 히포시 부스에서 권필씨가 ‘남과 여는 모두 사람(人)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고 친필 서명을 한 후 아내와 인증샷을 찍고 있다.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에 마련된 히포시 부스에서 권필씨가 ‘남과 여는 모두 사람(人)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적고 친필 서명을 한 후 아내와 인증샷을 찍고 있다.

올해 처음 히포시 부스 운영… 257명 지지 선언

“남성 우대 경영으론 글로벌 기업 못 돼”

“남녀 차이 악용해 차별하면 안 돼”

“성평등 지지하는 ‘나는 히포시(HeForShe‧여성을 위한 남성)”

“우리 집 ‘복덩어리’들이 이 나라의 보배로 자리매김하길…. 파이팅!”(양종원‧53) “진정한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박준서‧19)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히포시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오동균‧39)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에선 올해 처음으로 히포시(HeForShe) 부스가 운영돼 남성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아내, 연인, 딸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남성들은 히포시 부스를 찾아 “히포시 캠페인이 유명하던데 마라톤대회에 부스가 있다기에 일부러 찾아왔다”며 서명지에 자신의 이름과 e메일을 적고 인증샷을 찍었다. 또 여성신문과 유엔여성이 지난해부터 함께 해온 히포시 캠페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 설명을 듣곤 친구들에게 나눠주겠다며 서명지를 가져가기도 했다.

히포시란 직역하면 ‘여성을 위한 남성’을 말한다. 유엔 내 여성 권익 총괄기구인 유엔여성(UN Women)의 글로벌 양성평등 캠페인으로 “남성들이 ‘성평등 지지자’로 나서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유엔여성의 친선대사로 위촉된 배우 엠마 왓슨이 이끌어온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여성신문은 한국에서 ‘히포시 코리아’를 주관하고 있다.

히포시 캠페인에는 역시 자녀를 키우는 기혼남성들의 참여가 높았다. 딸 둘을 둔 회사원 양종원(53‧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여성들이 능력에 맞는 대우를 못 받고 공휴일에도 출근해 허드렛일에 시달린다”며 “딸들이 제대로 인정받고 사회에서 소신껏 당당하게 일하는 평등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큰딸을 ‘큰 복덩어리’, 작은딸을 ‘작은 복덩어리’라고 부른다. 나만 그러겠느냐”면서 “집에서 ‘복덩어리’로 대우 받는 딸들이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히포시 서명지에 사인한 후 인증샷을 찍고 있다.
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히포시 서명지에 사인한 후 인증샷을 찍고 있다.

아들 한 명을 둔 박경연(43)씨는 “능력 중심의 밝은 미래를 응원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서명을 남겼고, 역시 아들을 키우는 김용운(42)씨도 “남녀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마라톤대회에 온 미국인 잭 스필맨(26)씨는 “여성신문이 유엔여성과 함께 ‘남성 성평등 캠페인’을 벌인다니 놀랍다”며 “더 많은 한국 남성들이 히포시 캠페인에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교생, 대학생들의 참여도 줄을 이었다. 매년 여성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부천 덕산고 학생들도 히포시 부스를 찾아와 캠페인에 동참했다. 1학년 학년회장 이종태군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당연히 양성평등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 학교에선 여학생들이 매사 꼼꼼하고, 내신 성적도 남학생들보다 더 높다. 여성의 능력을 국가가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같은 학교 1학년 강승현군도 “이모가 최근 회사에서 승진했는데 죄다 남성이고 여성은 이모뿐이더라. 기업에서 열심히 일해도 남성을 더 대우하는 풍토던데 남성우대 경영을 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동원대 보건운동관리과 1학년 이지우씨는 “히포시 캠페인에 서명한 것은 남녀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이를 악용해서 차별하거나 편견을 가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대학 1학년 장형진씨도 “성평등을 지지하는 ‘나는 히포시’”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남긴 메시지는 큰 울림을 줬다. 홍성인(25)씨는 “히포시는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썼고, 김상훈씨(30)는 “여성들은 든든한 힘입니다. 파이팅!”이라는 글을 남겼다. 권필(36)씨는 “남과 여는 모두 사람(人)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서명과 함께 남겼다. 이날 여성신문이 운영한 히포시 부스에서 캠페인에 서명한 남성은 모두 257명이다.

 

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에 올해 처음으로 히포시 부스가 차려졌다. 참가자들이 히포시 서명지에 사인한 후 인증샷을 찍고 있다.
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제16회 여성마라톤대회’에 올해 처음으로 히포시 부스가 차려졌다. 참가자들이 히포시 서명지에 사인한 후 인증샷을 찍고 있다.

*히포시란?

히포시 캠페인은 불평등은 인권의 문제로 전 세계 많은 여성이 겪고 있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10억 명의 남성들이 지지자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취지로 시작된 유엔여성(UN Women)의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 7월 시작된 히포시 캠페인은 배우이자 유엔여성 친선대사인 엠마 왓슨의 연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왓슨은 그해 9월 히포시 캠페인 론칭 행사에서 남성들에게 양성평등 지지자로 나설 것을 호소하며 “내가 아니면 누가, 그리고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고 반문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남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히포시 캠페인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를 비롯한 전 세계의 많은 남성 유명 인사들을 포함해 약 58만 명이 넘는 남성들이 참여했다.

여성신문은 지난해 5월 ‘히포시 코리아’를 만들어 히포시 캠페인을 펼쳐왔다. 본지가 히포시 캠페인에 나선 이유는 한국 남성들이 가부장에서 양성평등 지지자로 변화하길 호소하기 위해서다.

여성신문은 사회 각계각층의 남성들에게 히포시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매주 신문, 홈페이지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캠페인 소개와 국내외 히포시 진행 상황 등을 자세히 보도해왔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히포시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캠페인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유력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경제계 명사, 연예계 스타까지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남성 고위공직자들과 함께 잇따라 지지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등이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양성평등위원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현웅 법무장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국무위원과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등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이 히포시 선언에 동참하며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성신문은 히포시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히포시 코리아 스피릿(HeForShe Spirit)’도 만들었다. 히포시 코리아 스피릿에는 여성과 약자에 대한 억압과 착취에 반대하고, 사회 전반에 양성평등 원칙이 적용될 것을 지지하는 등 실질적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과제가 담겼다.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히포시 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heforshekr)에 직접 찍은 히포시 캠페인 인증 사진을 올리고 #HeForShe를 태그하면 된다. 여성신문 홈페이지(www.womennews.co.kr)에서 ‘히포시’ 캠페인 배너를 누르면 참여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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