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 남성’ ‘베테랑 대 아웃사이더’ 정반대의 후보 대결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오는 11월 8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백만장자 대 여성후보’의 대결 구도로 굳어졌다. 3일 인디애나 주 경선 이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경선 중단을 선언함에 이어 4일 존 케이식 주지사마저 포기를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6월 14일 경선 종료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를 뒤집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16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한 자릿수 초반대의 지지율로 누구도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과격한 주장과 극단적인 발언으로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지지율이 급상승해 7월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의 후보 확정을 저지하고자 한 공화당 수뇌부의 노력이 펼쳐졌지만 기성정치권에 분노를 느낀 유권자들의 지지를 꺾지 못했다.

이로써 올해 미국 대선은 ‘여성 대 남성’ ‘베테랑 대 아웃사이더’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부 대통령 도전’ 등 다양한 기록을 남기는 역사적인 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백악관을 향한 두 후보의 대결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고학력, 비백인 청년층의 지지도는 최악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뉴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65%에 이르렀다. 특히 18~34세의 75%, 히스패닉의 79%가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클린턴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 또한 56%에 이르렀다.

 

여론조사별 트럼프 및 클린턴 후보에 대한 여성 지지율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여론조사별 트럼프 및 클린턴 후보에 대한 여성 지지율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트럼프의 가장 적대적인 계층은 여성이다. ‘미즈’ 블로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경선 출구조사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는 공화당 여성 유권자의 33%만 지지한 반면 클린턴은 민주당 여성 유권자 55%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여성 뉴스캐스터에 대한 ‘생리’ 발언을 비롯해 ‘낙태를 한 여성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든가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후보 칼리 피오리나에 대한 외모 공격 등 끊임없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여성 유권자를 ‘안티’로 만들어버렸다. 최근에는 “솔직히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여성 카드’ 공격으로 다시 한 번 비판을 받았다. 이에 클린턴은 실물 ‘여성카드’를 만들어 트럼프의 공격을 거꾸로 선거자금 모금에 활용하며 맞받아쳤다.

 

트럼프 후보의 공격을 거꾸로 선거자금 모금에 이용한 ‘여성 카드’.
트럼프 후보의 공격을 거꾸로 선거자금 모금에 이용한 ‘여성 카드’.
스카이뉴스의 정치기자 소피 릿지는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의 여성비하 발언을 나열하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됐으니 전 세계 여성은 함께 축하해야 한다”며 비꼬았다.

가디언의 데이터저널리스트 모나 찰라비는 그동안의 다양한 여론조사를 분석하며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로 이번 선거의 승리는 ‘비호감’을 적게 받는 쪽이 승리하는 ‘비호감 콘테스트’(unpopularity contest)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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