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 관점에서 본 20대 총선 평가 집담회 열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서강대 여성주의학회 이음 주최
여성 의원 증가했다지만 아시아 평균에도 못 미쳐...다양성 없인 남성 정치나 마찬가지
공천 과정에서 여성은 늘 뒷전...여성 정치참여 확대 강조한 당헌·당규·공직선거법 위반 잦아
51명, 17%. 20대 총선 결과 여성 의원 비율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평균 22.1%는커녕, 아시아 평균 18.5%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성·청년의 관점에서 본 제20대 총선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서강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이음이 주최한 20대 총선 평가 집담회 ‘Beyond 20, Toward 2020 : 젠더, 청년, 민주주의’가 지난 22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렸다.
‘성평등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갈증이 드러났고, 여성 의원들의 약진도 돋보였지만, 남성 중심적 정치 공간에서 여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청년·성소수자·장애인 등의 정치적 대표성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단순히 정당별 의석수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누가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된” 선거였다는 게 여세연의 평가다.
공천 과정을 되짚어보면 여성은 늘 찬밥 신세였다. 계파 갈등으로 공천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며 여성들은 나가떨어졌다. 지역구 후보 935명 중 여성은 총 99명(10.6%) 뿐이었다. 새누리당 16명, 더민주 25명, 국민의당 9명, 정의당 7명 등 여야 4당은 여성 57명만을 공천했다. 당헌·당규에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30%’가 명시돼 있지만 무시했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논문 표절’ ‘막말 논란’ 등 파문에 휩싸인 여성들이 명단에 올랐다. 새누리당은 당선 안정권 밖에 여성을 대거 배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녀 교호순번제를 위반하고 당선 안정권 내 홀수 순번에 남성을 배치했다. 기독자유당, 통일한국당 등 군소정당 비례대표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지만, 법적 규제는 불가능하다. 선거법상 남녀교호순번제 강제 규제조항은 시·도의원 선거에만 적용된다.
여세연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정당 공천 과정에서 수준 높은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의원 정수 확대 △비례대표 의석수를 전체 의석의 50% 수준으로 확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 △남녀교호순번제 강제이행조치(공직선거법 개정) △오용되고 있는 여성정치발전기금 정상화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내 다양성 못 보여주면 기존 남성정치와 다르지 않아
여성·청년·장애인·성소수자 다양한 목소리 정치에 반영하려면 공천 제도적 장치 마련 절실
여성 의원의 수적 증가를 넘어 ‘질적 대표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아가 “남녀동수제로의 전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여세연은 강조했다.
여세연은 “50대 기득권 남성이 독점한 정치권력을 견제하고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진출한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학력 경력 경제력 등에 있어서 전체 여성의 일부만을 대표하고 있다”며 “정치에 참여하는 그리고 시민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여성들 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치는 기존의 남성정치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정치인이 증가하는 것보다, 다양한 젠더·세대·계급 정체성·지역 등을 대변할 정치인을 선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남녀고용평등법, 양성평등기본법 등 특정법 제정만으로는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 자체를 젠더 평등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대 총선엔 ‘청년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 문제와 정책 공약은 20대 총선의 주요 쟁점이었지만, 정작 문제의 주체인 ‘청년’은 실종됐다. 당선인 300명 중 20~30대는 3명뿐이다. 19대 국회 9명보다 더 낮다. 또 정의당 중식이밴드 논란에서 드러난 “남성 청년이 여성혐오와 여성 청년의 타자화를 통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세연은 “그럼에도 20·30대 투표율이 19대 때보다 12.1%나 급상승했고, 정치 질서 재편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청년 유권자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또 청년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와 함께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