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영국의 시인 T. S. 엘리어트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한 바 있지만,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4월은 버겁고 힘든 시간인 것 같다. 그동안 4월이 오면 민주화를 열망하며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영령을 기억했었는데, 2년 전 발생한 세월호의 참사로 모두가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가슴 아파하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들에게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되고 말았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세월호의 아픔으로 모두가 힘겨워하고 있는데, 지구촌 곳곳에서는 천재지변의 재난으로 정신없는 4월을 보내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후 아소산 화산이 폭발했고, 에콰도르에서 강진이 발생하더니 미국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멕시코에서는 화산이 폭발했다. 여기저기 곳곳에서 발생한 재난들은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지구의 경고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구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끝없는 소유에 대한 욕망으로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추구하고, 간편함과 편리함의 이유로 지구 환경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바라보며 우리들의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에서 현재의 삶을 탈피하고자 하는 운동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자발적인 간소한 삶 또는 단순한 삶, 나아가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자발적인 간소한 삶이란 모든 소유물을 기부하고,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거나 자연 속에서 간편한 삶을 추구하는 삶을 말하는데, 미주리대학 사회학과의 그릭스비 교수에 의하면 “이 운동의 사상은 ‘당신이 소유한 모든 것이 당신을 소유한다’는 것”을 말한다. 유사한 개념인 단순한 삶이란 생활양식을 단순화하는 여러 자발적인 실천과 운동을 의미하는데, 소유를 줄이거나 자급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단순한 삶이란 원하는 것을 가짐으로써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가짐으로써 만족하는 것을 뜻하며, 어쩔 수 없는 가난이 아닌 선택에 의한 자발적인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한편, 미니멀리스트란 자발적 가난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자발적 가난이란 독일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가 제시한 개념으로 물질주의와 그것의 소산, 즉 자신의 발전에 어떤 한계도 없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현대 경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기 위한 것을 뜻한다. 여기서의 가난이란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이 아니고, 소유를 지상 과제로 여기는 가치관을 재정립해 정신적, 철학적 비움을 추구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은 성장을 멈춘 사회에서 나타나는 삶을 축소하고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시골로 가거나, 여행이 생활인 양 돌아다는 생활을 하며, 물건을 버리면서 삶의 가치를 느끼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산다.

이러한 자발적인 간소한 삶, 단순한 삶,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면 어떠한 점이 좋을까. 책 『미니멀리스트』의 저자 조슈아 필즈 밀번와 라이언 니커디머스는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좋은 자동차와 집도 팔고, 편안한 소파와 책 몇 권만을 남기고 미니멀리스트가 된 사람들인데, 저자들은 “미니멀리즘은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힘이자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도구다. 그리고 쓸데없는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 행복이 충만한 삶을 선사한다”면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권한다.

이처럼 소유물과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는 삶을 사는 것이 당장 우리에게 닥치는 지구의 재난을 막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지구의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소유로부터 해방되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며, 삶이 훨씬 간결하고 풍요로우며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미니멀리스트의 저자들이 주장하고 있으니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동참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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