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빅리그’서

한부모가정 비하,

아동성추행 희화하

고소당해 불명예 하차

 

‘여혐 개그’ 눈물로

사과한지 1년만에 또 다시

약자 비하 개그로 논란

 

“더는 보기 싫다”

퇴출 여론 거센데

여전히 방송 출연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에서 한부모가정을 비하해 물의를 빚은 개그맨 장동민(맨오른쪽).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에서 한부모가정을 비하해 물의를 빚은 개그맨 장동민(맨오른쪽).

‘여성혐오 개그’로 장동민씨가 ‘눈물의 사과’를 한지 1년 만에 한부모가정 비하와 아동성추행 개그로 논란의 아이콘이 됐다. 시민단체는 장씨와 프로그램 제작진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대중의 비판이 거세지자 장씨가 공식 사과 후 방송에서 불명예 하차하면서 고소는 취하됐지만 ‘퇴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그의 개그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의 방송은 지난 1일 방영된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이다. 이 코너는 ‘애늙은이’로 분한 형 장씨와 동생 조현민씨가 동네에서 가족, 친구들과 벌이는 일상을 담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장씨는 친구가 고가의 장난감 ‘또봇’을 자랑하자 “오늘 며칠이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네”라고 말한다. 또 삐친 아이들을 달래며 “니는 얼마나 좋냐. 생일 때 선물을 양짝에서 받자녀. 이게 재테크여 재테크여”라고 덧붙인다.

장씨는 한술 더 떠 아동성추행을 희화화해 비난이 쏟아졌다. 마음 상한 할머니를 위로한답시고 장씨는 건물 뒤로 간다. 할머니는 “아이고 우리 동민이 장손 고추, 한 번 따먹어보자”라며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씨의 개그가 문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장동민과 유세윤, 유상무 등 ‘옹달샘’ 멤버들은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자는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처녀가 아닌 여자는 참을 수 없다” “개 같은 X” 등 여성 혐오 발언을 쏟아낸 것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를 ‘오줌 먹는 사람들 동호회 창시자’로 표현해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개그트리오 ‘옹달샘’ 멤버인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지난해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한데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사과하고 있다.
개그트리오 ‘옹달샘’ 멤버인 장동민, 유상무, 유세윤이 지난해 4월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한데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사과하고 있다.

당시 눈물로 대중에게 용서를 구한 그가 또다시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는 개그로 ‘고소 파동’을 일으키자 시청자들은 “장동민의 TV 출연이 더는 반갑지 않다”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장씨는 ‘코미디 빅리그’ ‘나를 돌아봐’는 하차했지만 ‘집밥 백선생2’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는 그대로 출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절친인 유상무씨가 장씨를 옹호하고 한부모 가정을 지원해온 시민단체를 비꼬는 글을 남겨 대중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장씨는 이전부터 차별을 조장하는 개그를 자주 보여왔는데 왜 이렇게 계속 TV에 모습을 비치는 걸까. 황미요조 영화평론가는 “이는 우리 사회의 성인지, 성평등 수준과 관련돼 있다. 사안을 시끄럽게 만든 일부 여성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다”며 “비판자들을 이익집단 비슷하게 인식해서 시끄러우니까 잠깐은 조심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숱하게 여성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을 하지만 막말논란 정도로 넘어가지, 정치생명을 위협 받은 적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장씨의 방송 활동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씨가 자신의 개그세계 전반을 돌아보고 왜 대중이 등을 돌렸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숙고하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장씨는 이런 개그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상식적으로 이를 웃기다고 생각하는 대중은 없을 것”이라며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잘못이 무엇인지 사안의 중대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는 모습이 전제돼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다. 또 장씨 자신도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퇴출은 누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면서도 “그가 방송에 계속 출연하는 것은 사실 불편한 일이다. 대중이 더 이상 보기 불편해 하는 마당에 자꾸 방송에 나오는 건 자신은 물론이고 방송 프로그램, 방송사,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힘겹게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황미요조씨는 “장씨를 제재할 실정법이나 규정이 없다”며 “그가 불편하고 싫은 사람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서 방송인으로서의 상품 가치를 하락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인인 나비와의 동반 출연으로 로맨티스트 이미지로 자신을 탈색하려는데 대해 불편한 여성들도 적지 않다. 만일 여성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세탁하려는 마음이라면 장씨나 소속사나 한참 잘못 생각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지 세탁을 하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다정하고 여성친화적인 모습을 연기해야 할텐데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이라 이들의 동반 출연이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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