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성노조 교류모임
전노협 여성위원회와 동경여성노조, 동경청소노조 등 8개 일본 여성
노동운동단위 대표 15명이 지난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 4일간 한
국교류모임을 갖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과 민가협 사무실,전태일기
념관 등을 견학하고, 민주노총 전국여성노조연맹이 주최한 경찰 ‘알
몸수사 항의집회’에 참가했다.
일본 여성노조들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있었던 동경여성노조와 서울
여성노조의 ‘여성 독자노조 간 교류모임’이 발단이 되어 이루어진
것으로, 특히 이번 일정에서 23일 민노총 여성연맹과 서울여성노조, 전
국여성노조 등 3개 한국 여성노동운동단위와 함께 한 ‘일한여성노동
자교류모임’은 양국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여성노동운동의 현황을 소
개, 연대하는 자리가 되었다.
‘일한여성노동자교류모임’에서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은 현재 여성
노동자가 당면한 과제가 파견직, 계약직 등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와 고용평등 실현에 있음을 확인하고, 양국 여성노동운동단위가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전
국여성노조 김지현 교육선전국장은 “한국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다양
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운동의 슬로건도 ‘노동자
인정’, ‘균등 대우’, ‘정규직화’ 등을 내세우며 다양하게 대응하
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노총 여성연맹 정인숙 위원장이 “기존 노동조합도 여성의 비
정규직화의 문제를 전체 노동운동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며 “여성노
동자들은 노조 안에서의 여성차별에도 함께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
고 있다”고 말하자, 전노협 여성위원회 유노키 야스코 대표간사를 비
롯한 일본 참가자들은 “상황이 똑같다”며 동조했다.
교류모임에서는 한국 여성노조들의 활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
도 이루어졌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전직동
의제’에 묶여 이직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한국 보험설계사들이 투쟁
을 전개해 감에 있어 외국의 사례를 통해 회사와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동경여성노조 이또 미도리 씨는 “일본에서도 보험설계사 문
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고, 끈질긴 법적 투쟁을 통해 지금은 노동자
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현재 35만 명의 조합원이 있을 만큼 보험
노조 활동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어 극심한 고용불안과 성희롱 문제를 겪고 있는 호텔롯데 여성노조
원들은 파업 투쟁 보고와 더불어 회사의 실권자인 재일 교포 신격호
회장에게 상황을 전하고 압력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참가자들
은 교류모임 이후 일정을 바꾸어 곧바로 15일째 파업 중인 호텔롯데
노조를 지지 방문했으며, 귀국 후 신회장에게 노조 탄압을 중지하고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촉구문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교류모임을 주관한 민노총 여성연맹 정인숙 위원장은 “호텔롯데 노
조운동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연대가 이루어졌다는 데에 큰 의
의를 둔다”고 평가했고, 서울여성노조 정양희 위원장은 “일본의 고
용 상황은 수년 후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본 여성노
조의 활동은 한국 여성노동운동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다”고 말했
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