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jpg

~9-2.jpg

!9-4.jpg

*대학로에서 호주제 폐지 거리 서명운동에 나선 '호폐모'

회원들(위), 인터넷에 '양계혈통연구소' 사이트를 운영하는

박종주씨(가운데), 청년진보당의 호주제 철폐 서명사이트(아래).

싣는 순서

(상)호주제 7대 폐해

*(중)호주제 폐지 위해 뛰는 사람들

(하)호주제 대안책은

호주제 폐지 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개인으로부터 단체에 이르기까

지 숨은 곳곳에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호주제 폐지운동의 도화선은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이

다.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주는 성공적인 문화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97

년 3월 9일 3.8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제1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의 선언문을 낭독한 이이효재(가족학자) 선생을 비

롯해 조한혜정(연세대 교수), 오한숙희(방송인), 유채지나(영화평론가),

김신명숙(소설가), 고정갑희(한신대 교수) 씨 등등 이제는 여성계를 중

심으로 대외적으로 부모성을 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돼 있다. 여성신문

기자들도 호주제 폐지 운동에 동참하는 취지로 97년 이래 줄곧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해왔다.

호주제폐지 도화선 ‘부모성 함께쓰기’

일상적 문화운동으로 성공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부모성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

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사 주간지 '한겨레21'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바이라인

이 있다. 신윤동욱 기자(29). 그는“동성애자로서 가부장적 질서에 의

해 여성과 같은 피해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에 저항하는 의미로 부모

성을 쓴다”고 설명했다. 광고회사를 3년간 다니다 지난 연말 자리를

옮긴 그는 “동성애자모임‘친구사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가끔 부

모성을 쓰기도 했지만, 사회활동을 하면서 공식적인 이름에 부모성을

쓰기 시작한 건 '한겨레 21' 입사와 함께”란다. 취재시 그가 건네는

명함을 보고 사람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페미니스트 집안이냐고 묻는

이들부터 자기도 부모성을 쓰고 싶은데 이름이 이상해질 것 같다, 어

색하다 등등. 여성들의 경우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의 명함을 받

아들고 의아해 하는 눈치면 그는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의 취지를 설

명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의 메신저’역할도 한다.

여성포탈 사이트 우먼드림의 컨텐츠 PD이면서 본지에‘대중문화 속의

여성파워’를 연재중인 김이혁상(27) 씨는 98년부터 필명으로 부모성

을 함께 쓰고 있다. 대학 때부터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많았던 덕분에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도 알게 되고 동참하게 됐다고. 그는 “만약 결

혼을 하더라도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룰 것”이라며

호주제에 대해 강한 거부 의지를 보여줬다.

대학가에서도 부모성 함께 쓰기는 낯설지 않다. 주로 여성운동에 관

심이 있거나 여성운동모임 회원들을 중심으로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

이 전개되고 있다. 여성노동권을 위한 대학간 여성연대모임인 ‘살맛

나는 세상’에서 활동하는 서홍윤미(27) 씨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이

름을 밝혀야 할 때는 반드시 부모성을 같이 쓴다”고 말한다. 또 지난

아주대,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선거에서는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을 정

책으로 내걸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97년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이 시작된 후 지속적인 이슈들이 제기되지 않아 여성운동을 하는

소수 학생들 이외의 일반 대학생들에게는 많이 확산되지 못했다는 문

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부모성을 함께 쓰는 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자녀의 성은 어

떻게 되느냐, 계속 성씨가 늘어나는 거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박정’씨의 남성과 ‘이김’씨의 여성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는 아버

지의 첫 번째 성(할아버지 성) 박씨를, 어머니로부터는 두 번째 성(외

할머니 성) 김씨를 가져와 ‘박김’씨가 된다. 아버지에게는 부계성을,

어머니에게는 모계성을 계속 이어받으면 되는 것. 부모성 쓰기에서 성

씨 표기순은 아버지, 어머니 성으로 쓰고 있는데, 사람들에 따라 자신

이 원하는 대로 어머니 성을 앞에다 쓰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 성씨도 외할아버지의 성씨를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모계 성씨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아예 성씨를 쓰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이름 네 자는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부모성을 함께 쓰는 이들은 “이 운동은 제도적

대안을 얘기한다기보다, 아버지 성만을 인정하는 가부장제에 대한 상

징적인 저항문화 운동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이름만 쓰면 잘못된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체제에 문제제

기하기 위해서라도 부모성 쓰기는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양계혈통연구소

“어머니는 남인가?”

“왜 아버지 혈통만을 인정하고 어머니 혈통은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인터넷 사업을 하며 개인적으로‘양계혈통연구소’라

는 인터넷 사이트(www.root.re.kr)를 운영하고 있는 박종주(56) 씨다.

그가 양계혈통을 부르짖게 된 사연은 밀양 박씨인 그가 함양 박씨인

아내와 결혼하면서부터다. 결혼 당시 동성이본(同姓異本)인데도 주위에

서 같은 박씨끼리 결혼한다고들 수근대서 알아 보니, 부계혈통만을 인

정하는 족보로만 보면 같은 박혁거세의 자손으로 같은 성씨도 한 혈족

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동성이본보다도 훨씬 촌수가 먼 동성동본인데

도 결혼을 금지하는 법률의 모순을 발견하고는 동성동본금혼의 부당성

과 어머니 혈통은 무시한 채 부계혈통만 따지는 제도의 모순을 알리기

로 했다.

그는 10년전부터 본격적인 공부와 함께 4년 전부터는 천리안과 인터

넷에 양계혈통연구 사이트를 개설했다. 동성동본, 호적제도, 족보, 묘지

제도, 제사, 성씨 문제 등 달라져야 할 조상숭배 풍속들에 대한 자료와

문제제기의 글들을 사이트에 올려놨다. 그는 사이트를 연 후 “너는

애비도 없냐”는 욕설과 함께 협박도 종종 받아 전화번호를 바꾼 적도

있다. 또 그가 사는 안산의 노인정에서는 그가 하는 일을 알고 몰려올

뻔한 적도 있단다. 그는 이런 이들에게 “부계혈통은 동방예의지국의

오랜 전통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머니가 혈족이 아니라는 걸 우리 미풍

양속이고 전통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박한다. 한편, 젊은이들도 평소

동성동본 문제나 호주제에 관심이 없다가 애인이 동성동본이라는 걸

알고 자기 문제로 닥쳐서야 사이트 게시판에 어떻게 하면 좋냐고 질문

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꼬집는다.

동성동본 금혼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 최근엔 가족법 개정안이 입

법예고돼 개정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문제의 핵심인 부성우선원칙과

호주제가 바뀔 때까지, 사람들의 의식과 관습이 변화될 때까지 이 운

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호주제 화형에 처하라”

전면 철폐 주장한 청년진보당

정당 가운데는 유일하게 호주제 철폐 서명운동을 위한 사이트를 따로

개설해 놓고 (www.left.to/woman), 16대 총선에서 호주제 전면 철폐

와 1인 1호적제 대안을 당의 공약으로 내세운 청년진보당이 있다.

진보적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청년진보당은 올해 3.8세계여성대회 때

탑골공원 앞에서 호주제 화형식을 계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형식

은 한쪽에선 전경들과 또다른 한쪽에선 탑골 공원의 할아버지들에 의

해 양면 진압돼 결국 무산됐다.

3월 중순경부터 개설한 호주제 철폐 서명운동 사이트에는 “고등학생

입니다. 왜 남자들만 호주가 되는 건가요? 전 처음부터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암튼 제 짧은 생각으로도 호주제는 철폐되어야한다고 생각

합니다”(권미경),“우리 모두가 멀고 험한 길의 첫발을 디뎠습니다.

여성해방의 길로 무한질주하겠습니다”(엄원주)라는 글들과 함께 서명

하는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위원회 김숙이 위원장은 “여성계의 헌법소원운동 등에 적극 동

참할 것”이라며, “여전히 가부장적인 정부 권력에 대해 제도권내의

투쟁 방식뿐만 아니라,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호주제 폐지를 관철시

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오프 넘나드는 ‘호폐모’

6백여 명 ‘열혈활동’

호주제 폐지라는 단일 사안을 내걸고 활동하는 유일한 운동단체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호폐모 antihoju.jinbo.net)이다.

98년 11월 발족한 호폐모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호주제 폐

지 캠페인을 벌여온 덕분에 종이 서명만 1만5천건, 온라인 서명은 99

년말 현재 1천2백건이다. 회원은 총 623명으로 조한혜정, 오한숙희, 지

하은희(여성연합 상임대표), 이한계경(여성신문사 사장) 등 잘 알려진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여성학에 관심있는 대학생, 전업주부, 직장인,

호주제 폐지에 공감하는 많은 남성회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회원 모두 각자 자신의 일과 직업이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는 사이

버 활동을 하고, 매달 셋째주 일요일에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호

주제 폐지를 위한 거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호폐모 회원들은

“여름 뙤약볕과 겨울 한파에도 5시간씩 거리에 서서 호주제 폐지를

외쳐야 하지만, 이젠 호폐모 활동이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일부

m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