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jpg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이 방송되던 15일, 탈북주민들은 공동체문화연구원, 울산 YWCA, 울산 평화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북한이탈주민 초청 이야기 마당 및 어울림 마당(아래 어울림 마당)’을 울산에서 갖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통일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통일 이후 남북을 자연스레 이어줄 연결고리로서, 탈북주민의 경험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통일의 혼란을 덜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탈북주민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모델이 되며, 통일의 과정을 몸으로 겪은 역사의 증언자로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남한에서의 정착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한다. 남한 적응의 문제점으로 이들은 대다수 취업이 불가능한 현실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일을 해야 생존을 보장받는 남한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한적응을 위해 탈북 주민에게 실시되는 직업교육의 내용이 대부분 미용, 요리 등으로 실제 직업을 갖는데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탈북 주민이 북한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문직을 가졌던 고급인력이지만 직업을 찾으려고 하면 “탈북자라서 안 된다”고 거절하는 냉담한 현실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탈북자이기 때문에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리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길 바란다고”는 소박한 소망도 피력했다.

또한 남한 적응을 두렵게 만드는 것으로 과다한 외래어 사용을 들었다. 토씨만 빼고는 외래어로 구사되는 남한의 대화는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해 위축시킬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명확하게 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 이와 더불어 남북간의 상충되는 문화 속에서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자주 만나야 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남한 사람과 탈북 주민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탈북 주민과의 만남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비용의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한 달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만나 그들의 생활을 나누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한편, 공동체문화원 연구원 김영운 목사는 탈북주민의 고충과 애로 사례들을 모아,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지금 논의되는‘통일준비 노력’등의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가서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 과정에서의 문제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두 번째 치러진 이번 어울림 마당에는 40 여명의 탈북주민이 참가했으며, 이 행사를 위해 울산YWCA, 울산시 등 울산 소재 시민단체와 공공 기관들이 후원했다.

이번 어울림 마당을 기획하고 총괄한 윤명선 공동체문화원 원장은 서로의 문화 차이를 거부감없이 인정하고,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하고, 이러한 모임들이 각 지역으로 확산되어, 탈북주민들이 울산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그 지역사람들과 서로 이해하는 폭을 넓히는 자리가 많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울산=김유 혜원 기자 dasom@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