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유세 도중 지지자와 셀피를 찍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유세 도중 지지자와 셀피를 찍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는 기후변화의 충격을 실제로 느끼는 첫 세대이고, 대응책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32% 감축(2005년 대비)하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공식 발표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나라임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행보에는 걸림돌이었던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했다. 제법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 미국은 치열한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는 후보들의 경쟁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이번 대선 결과는 미국의 중요한 정책을  바꾸게 될 것이고,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기후변화 관련 정책은 미래세대와 인류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살펴봤다.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의 에너지 정책은 미래지향적이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70%를 감축하며, 태양광 설비를 140GW(기가와트)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약 5억개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보급해 설비용량을 700% 늘린다는 계획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세제 지원을 폐지하며, 연방 소유의 토지에 화석연료 사용시설의 설립을 제한하겠다는 공약도 포함되어 있다.   

버니 샌더슨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은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강력하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80%를 감축하며, 탄소세를 도입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지하겠다고 한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에 대해 반대하며, 수압파쇄법을 이용한 셰일가스 생산을 반대한다. 또 원전 건설 확대에도 반대하고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사업은 캐나다에서 텍사스로 이어지는 1,900km 규모의 송유관을 깔겠다는 계획인데, 오바마 대통령은 송유관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을 우려하여 사업자인 트랜스캐나다의 사업승인 요청을 거부해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공화당 후보들의 에너지 정책은 정반대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막말과 기행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천연가스와 석유산업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테드 크루즈 후보는 에너지부, 환경보호청의 권한을 축소하겠다고 밝혔고, 마르코 루비오 후보는 지구온난화가 인류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청정전력계획’을 발표하면서 “너무 늦으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일이 있으며, 기후 변화도 그렇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보다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을 크게 위협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번 미국 대선이 전세계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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