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성평등 이루려면
모든 분야의 여성대표성이 과제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촉진 5가지 우선 분야
‘2016~2019 EU 성평등을 위한 전략적 연대’ 발표
최근 게르하르트 사바틸 주한유럽연합대표부(주한EU·사진) 대사를 만나 유럽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성평등 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게르하르트 사바틸 대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2004년부터 12년 간 줄곧 여성 상사를 모셔왔다며 아마 한국 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니겠냐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 부임한 후 한국 여성들을 만났을 텐데, 그들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사실, 아주 적은 수의 여성을 만났다. 내 위치에서 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80~90퍼센트 이상 남성들이다. 여성이 매우 적다는 사실은 한국에서 경험한 놀라운 일 중 하나였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아직 많은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고, 여성대표성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세계 최하 수준이다. 정치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여성대표성이 과제다. 대통령이 여성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다층적으로 여성들이 진출해야 한다.”
-한국은 출산,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게다가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다. 유럽국가들의 출산율 및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제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유럽 내에서도 성평등 수준 격차가 크다. 그리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겨우 44%이다. 스웨덴은 70%이다. 유럽의 고용율 성격차를 지난 10년 동안 16%에서 12%로 좁혔다. 이는 아주 성공적이다. 현재 남성 고용률은 76%, 여성 고용률은 64%이다.
출산율에 있어서, 가장 좋은 예는 북유럽국가들이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는 출산율 및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아주 실질적인 정책과 조치, 사회적 분위기, 성평등한 문화에 있다. 입법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이에 뒤따르는 교육 및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충분한 공개토론도 이뤄져야 한다. 남성들도 젠더 관련 이슈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남성들의 성평등에 대한 태도, 예의도 중요하다. 한국에 비해 유럽의 남성들이 성평등에 대한 태도가 열려있는 편이다.
실질적인 조치는 부모육아휴직제도, 남녀 동일임금, 유연근무제, 특별 휴가제 등이다. 직장내 보육시설도 점차 많은 회사들이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여성과 남성이 동일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남성의 인식의 변화와 태도가 핵심이라고 본다.”
“성평등은 근본적으로 인권문제다. 유럽은 이미 1957년 서명한 로마조약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EU가 가지는 성평등 틀에 회원 국가들이 적용을 받는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소위 긍정적인 차별 접근을 한다. 성격차를 좁히기 위해 여성만을 위한 직책을 따로 두거나 하는 등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경제 및 고용 분야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서의 여성 대표성을 위해, 기업 이사회의 여성 할당제의 적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헌법에 기반한 성평등 관련한 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미친다. 여론, 정책입안, 입법, 공개토론, 인식의 변화 등 사회 통합적인 실행이 중요하다.”
-한국은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EU국가들 중 여성할당제 또는 동수내각 등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국가들이 어떻게 적극적 조치를 시행했는지 궁금하다.
“ 여성 대표성에 대한 공개 토론이 매우 격렬했고 정당 내 토론도 매우 활발했다. 이 논의에서의 핵심은 어떤 여성 후보자를 배출하느냐였다. 유럽에는 아주 좋은 여성 지도자의 예들이 있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등이다. 여론은 여성 대표성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점차 없어지는 추세에 있다.
국가들 간 격차가 있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의 평균값은 한국의 두 배이다. 정당들은 정당 내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여성정치인들은 대게 여러 복합적이고 갈등 상황의 문제들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다룰 수 있다.”
-합의를 이뤄가는 논의 과정이 한국사회는 부재하다.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이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가.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얼마나 사회가 현대화되었는가는 얼마나 열려 있는가를 의미한다. 유럽은 동과 서, 남과 북 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 북유럽 국가들은 늘 앞서갔고, 동유럽 국가 역시 1989년까지 사회주의국가들로 성평등 부문에 있어 앞서갔다. 서유럽국가는 경제적 이유로 보다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려 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뿌리와 관련되어 있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충분히 논의의 과정을 거친다. 그래야 제도를 실행을 했을 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디어에서의 여성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가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에 여성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역할 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가지는 성평등 의식, 태도 등을 서서히 변화시켜가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