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으로 가족 와해?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아”
동성결혼으로 가족 와해?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아”
  • 최형미 여성신문 객원기자
  • 승인 2016.03.22 16:20
  • 수정 2017-07-15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이자 경제학자

리 배지트 미 매사추세츠대 교수의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국내 번역 출판… 강연회도 

“동성결혼은 결혼제도 강화시켜”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첫 동성결혼 소송 심문기일인 지난해 7월 6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첫 동성결혼 소송 심문기일인 지난해 7월 6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가족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자본의 축적 때문이었다고 엥겔스는 주장했다. 개인이 축적된 자산을 친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 부인의 성을 통제하면서 가족 제도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유럽 등지에서는 사생아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 국가와 교회가 그들을 지원하고 책임질 경제적 역량이 부족해지자 ‘결혼’의 성스러움을 강조해서 개인에게 아이들의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결혼이 자본의 형성 과정에 기원을 두었다거나 국가와 종교가 개인에게 복지의 문제를 전가시킨 전략이었던 것이다.

복지가 가족 단위에서 개인 단위로 옮겨지고 결혼이 아닌 동거 상태에서 아이들의 양육이 보장되어가고 있는 서구에서는 결혼은 일종의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먼 서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동거나 결혼제도 밖의 싱글부모들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며, 정치적 신념 때문에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택하는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 작은 결혼식의 등장은 결혼이 인생의 절대적 과정이라는 의식이 약화되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가족 형태가 어떻게 급물살을 타고 변화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리 배지트 매사추세츠대 교수가 쓴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민음사)가 한국에서 번역돼 나왔다. 국내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저자는 3월 11∼15일 여러 대학을 돌며 강연회를 가졌다. 결혼에 대해 비판적인 진보적인 젊은 세대들은 “지금 결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했고 동시에 “동성 간의 결혼은 가장 급진적 형태의 결혼제도의 변화가 아닌가”라는 역설적인 질문이 오가기도 했다.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쓴 리 배지트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쓴 리 배지트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리 배지트 교수는 이미 동성결혼이 합법화돼 있는 서구사회에서 결혼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결혼이 이뤄지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이 무너지고, 결혼제도가 와해될 것이고, 자녀를 양육하지 않으며, 도덕적으로 타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누군가 혜택을 볼지언정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다” 동성결혼이 허용된 서구 여러 나라에는 양육과 가족제도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통계와 조사를 통해 결론이 나와 있다. 오히려 이성애자 커플들뿐 아니라 동성애자 커플까지 더 넓게 의료보험 등의 사회복지가 확대되고 재산상속, 친권 등이 인정돼 안정된 사회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결혼이 시장에 출시된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여성과 남성들은 등급이 매겨지고 그에 걸맞은 파트너와의 만남이 주선되는 결혼 산업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 물적 거래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동성결혼의 동기는 애정과 평생의 반려자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표하려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 담론에 저항적인 움직임인 듯하다.

동성애자들이 모두 결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모든 젊은 사람들이 결혼은 원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은 국가제도에 기대어 개인의 행복을 증명하고 싶어 하지 않고, 가부장적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결혼제도나 성분업 등 가부장적인 가족제도를 답습하기 원치 않는다. 리 배지트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선택하는 동성커플들도 있지만 주로 사회적인 공표를 통해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헌신을 표방하는 것이 더 큰 동기임을 보여주었다.

 

1900년 쉰 살이 채 되지 않은 오스카 와일드는 프랑스의 낡은 여관에서 쓸쓸하게 죽었다. 동성애로 기소돼 강제노동형을 마친 후 그는 모든 영감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의 비난과 차별이 천재 작가를 그렇게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행복한 왕자를 통해 그는 물었다 “세상에게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 누구인가”. 그는 죽음까지 함께 하며 더 낮은 곳에서 힘겨운 사람을 함께 돌보는 삶을 살아갔던 제비와 왕자였음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리 배지트 교수는 동성결혼이 우리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경제학자로서 대답하고 있다. 그러나 한 뼘만 더 들여다보면 저변에는 사랑이 무엇이고 평생의 동반자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있다. 먼 길을 함께 걸어온 그의 아내가 강연에 함께 참가해 그를 응원했다. 김현경․한빛나 옮김.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