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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TV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재작년 돌아가신 평양 출신의 친정엄마가 새삼 생각나 코끝이 찡해졌다. 엄마는 생전에 내게 “네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을테지만 하나밖에 없는 네 외삼촌은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늘 되뇌이시곤 하셨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난 때마침 길이 열린 금강산 관광을 다녀올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병석에 있는 엄마에게 외가집 근방에 갔다온 것 같다고 전해드렸지만, 이미 치매로 깊은 마음의 병을 앓고 계신 엄마는 무표정하게 듣고만 계셔 마음이 아팠었다.

엄마는 유난히 이북식 말투가 강해 6.25 당시 행여 무슨 일을 당하실까봐 거의 벙어리처럼 지내기도 하셨다. 뿐만 아니라 동네에선 ‘평양 할머니’로 통하며 화통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엄마의 이북식 억양과 말투는 딸 친구들 사이에서도 화제거리가 될 정도였으며, 어학에 관심이 많은 딸은 “과부집 숫캐 유난떨듯 한다” 등 이북식 속담을 비롯, 여러 이북식 비어를 무척 신기해하며 재미있어하곤 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냉면집에 갔다오면 냉면집에 시집가겠다고 때를 쓰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게 되다니,라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시곤 했던 우리 엄마. 엄마마저 이 세상을 떠난 이제, 난 누구와 함께 고향가는 꿈-내 고향도 이북 신의주다-을 꿀까. 한줌 부서질 것만 같았던 약하디 약한 말년 엄마 모습에 대한 아픈 기억보다 대동강에서 스케이트를 씽씽 지치며 젊음을 만끽하셨던 엄마의 활기찬 모습만 간직하고 싶다...

엄마가 우리 형제들에게 유난히 맛있게 해주시곤 했던 생선조림을 잠시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개한다. 이 생선조림엔 일본 유학경험으로 일본식과 이북식이 적절히 조화된, 내 엄마만의 비법이 담겨 있다.

【재료】 삼치나 고등어, 혹은 아지 적당량, 진간장과 설탕, 마늘과 둥근파 약간, 상추 몇 장

【만드는 법】

① 조림용으로 토막 손질된 생선을 깨끗이 씻어 소쿠리에 담가 물기를 빼놓는다.

② 밑이 두툼한 남비에 진간장과 설탕의 비율을 3대 1로 넣어 국물이 펄펄 끓을 때, 마늘·둥근파를 적당한 크기로 썬 것과 토막친 생선을 넣는다.

③ 남비에 있는 생선 국물을 졸일 때 뚜껑을 연 후 3분의 1 가량 국물이 졸아지면 불을 약하게 줄인다.

④ 수저로 남비의 국물을 떠서 생선 토막에 골고루 끼얹으면서 국물이 자작 자작해지면 불을 끈다.

⑤ 접시에 보암직하게 담긴 생선조림 옆에 상추쌈을 함께 놓아 싸먹으면 한여름 점심식사용으로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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