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8일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지 못한 12‧28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8일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지 못한 12‧28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할머니, 12·28 위안부 합의 후 유엔본부서 첫 증언

정대협, 워싱턴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 유엔에 청원서 전달도

“내가 위안부 피해자인데 일본은 거짓말만 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결코 막을 수 없어요. 일본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일본이 해결하면 전 세계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8) 할머니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은 합의가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뉴욕시의회 로리 컴보 여성인권위원장이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할머니는 12․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이 25년간 일본대사관 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며 “그게 무슨 합의냐, 거짓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8일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지 못한 12‧28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8일 미국 뉴욕시청에서 열린 회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담지 못한 12‧28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컴보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컴보 의원은 “일본군이 성노예를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위안부 피해자의 요구를 지지한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존엄을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정치적으로만 하지 말고, 피해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진실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보 의원은 “오늘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하는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이어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출입기자단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15살 때인 1943년 대만의 타이완의 일본군 부대로 끌려가 겪었던 참혹했던 군 위안부 생활에 대해 증언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 총리가 한국의 일본대사관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28 위안부 합의 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유엔본부를 방문해 증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길원옥(89) 할머니도 기자회견을 열어 12․28 위안부 합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길 할머니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피해자)이 몇 없지만, (한일 정부 당국이) 한번쯤은 (피해자들을) 방문해서 소견을 들었어야 했다”며 “당신네끼리 앉아서 몇 마디 주고받다가 합의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 계속 사과를 요구하는데 대해 “밥을 달라거나 돈 욕심이 나서 그러는 게 아니며,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12‧28 위안부 합의가 “고노담화는 물론 한일협정보다 후퇴했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군위안부) 피해 당사자가 받아들여야 해결되며, 이는 피해자 중심이라는 국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오는 20일까지 2주 동안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 앞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인동포사회와 현지 단체들과 함께 수요시위를 열어 12‧28 위안부 합의의 부당함을 규탄하고 일본 정부의 올바른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전쟁 역사 속 여성과 ‘위안부’” 행사(조지메이슨대), 국회·정부 관계자 면담 등을 갖고 유엔의 노력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세계 각지 시민단체와 공동 명의로 제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