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이수진 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3교대 간호사 근무를 할 때 ‘직장맘’, ‘워킹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런 표현 자체가 여전히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장맘’이라는 게 훈장입니까? 육아라는 행복을 왜 여성만의 고된 일처럼 느껴야 합니까"라며 “여성의 경력단절과 유리 천장을 바꿀 수 있는 답은 육아에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전력노동조합원 김신영(가명·43) 씨도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갈등으로 육아를 꼽았다. 김 씨는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 문제는 어렵다. 사내 어린이집은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육아 분담을 위한 인식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환희(39) SK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 안에서도 여성 할당제를 통해 여성노조원을 늘려야 한다”며 “대기업의 경우 여성 노조원의 수가 부족하니 여성을 위한 목소리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SK 노동조합의 총 조합원 수는 2000명이지만 여성 노조원은 300명에 불과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악 강행’을 저지하고, ‘쉬운 해고 및 취업규칙 일방변경 지침’ 등 정부 2대 지침 저지를 위한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선포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부 2대 행정지침은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노동환경에서 상대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 저지,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 정책 폐기, 비정규직 차별 금지, 아동과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보육·교육의 국가책임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날 대회는 참가자들이 ‘노동법 개악’, ‘여성차별’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출발해 숭례문과 명동을 거쳐 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거리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는 날로 올해 108주년을 맞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 전국해상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조합연맹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