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발표

여성운동 특별상 ‘KTX 열차 승무지부’ 수상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운동은 디딤돌

 

5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는 1000여 명의 여성이 참석했다.
5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는 1000여 명의 여성이 참석했다.

“3월 1일은 KTX 승무원들이 파업을 시작으로 투쟁을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초기부터 단식, 삭발, 철탑 농성까지 안 해본 게 없는데 아직도 부족한가 보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대법원에서 ‘승무원은 안전을 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투쟁의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많은 분이 힘과 희망을 주시더군요. 많이 지치지만 용기를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더 힘내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KTX 열차 승무지부가 여성운동 특별상을 받았다. 김승아 지부장은 울먹이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고, 대회장에 모인 1000여 명의 여성은 힘찬 연대의 박수를 보냈다.

올해 3·8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개최한 이번 대회는 ‘희망을 연결하라-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를 주제로 ‘절망의 시대를 소통과 희망의 미래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애초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우천으로 인해 급히 장소를 변경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여성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김금옥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32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과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확대됐다”며 “이 땅의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열어가는 그 과정을 이곳에서 함께 열어가자”고 인사말을 전했다.

정문자 공동대표는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와 여성폭력 근절, 성평등 가치실현, 노동 개악 중단, 성평등 국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6개 핵심과제를 소개하며 “민주주의의 희망, 성평등의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연대하겠다”고 외쳤다.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KTX 열차 승무지부는 여성운동 특별상을 받았다. 김승아 지부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KTX 열차 승무지부는 여성운동 특별상을 받았다. 김승아 지부장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날 사회는 여성연합 홍보대사인 방송인 김미화가 맡았다. 김미화는 ‘성평등 걸림돌’을 발표하며 “성평등 걸림돌에 호명된 인물과 단체가 이것도 상이라고 좋아하더라”며 “수상자를 호명할 때마다 단전에서 끌어올린 힘찬 야유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고 주문했다.

‘성평등 걸림돌’은 성교육표준안과 노동정책, 양성평등정책 등 박근혜 정부의 3대 정책을 비롯해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데이트폭력 사건 판결에서 가해자의 미래를 우려해 벌금형을 선고한 광주지법 △여성 노조지부장을 집단적으로 괴롭힌 인천성모병원 △KTX 여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고00, 김00 대법원 주심 판사 등이 호명됐다.

이어 발표된 ‘성평등 디딤돌’ 상은 걸림돌과 달리 참석자들의 뜨겁고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받았다. △시설 내 장애인 인권 보장을 촉구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끌어낸 ‘자림성폭력대책위’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 △페미니스트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걷어내고 여성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운동 △원천사업장의 구조조정과 용역회사의 해고를 막아낸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분회’ △업주의 폭력과 착취, 불법 성매매 영업 등을 세상에 드러낸 ‘여수 유흥업소 여성사망사건 제보 여성 9명’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

특히 ‘여수 유흥업소 여성사망사건 제보 여성 9명’ 중 한 여성은 편지로 수상 소감을 대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냥 (사망한) 언니만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함께하는 언니들이 없었다면 혼자는 절대 못 했을 거다. 지금도 많이 무섭고 두렵지만 한치의 후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보면 이 일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하늘에서 언니도 우리를 보며 기특하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 이런 흔치 않은 상을 받아서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미화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운동은 끝내 수상자를 찾지 못했다”라며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활동한 우리 모두가 수상자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편 한국여성대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여성운동상’도 수상자를 선정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진 ‘3·8 여성선언’은 박예지 청년참여연대 성평등분과장과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인권팀장, 이아름 여성환경연대 정책팀 활동가, 조숙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장, 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발표했다.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선언문은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으로 희망은 현실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제 각자의 실천을 모아 연대의 힘으로 우리 사회에 울림을 만들어 내자”고 강조했다. 또 “모든 차별과 폭력을 거부하고 평등과 평화를 만들기 위한 행동,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 성평등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 다른 이의 아픔에 공유하고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공감하는 행동 등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시민의 힘,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여성들은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 성평등 가치 실현하라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반대한다 △비정규직 확산, 여성의 공용불안 조장하는 노동개악 중단하라 △역사왜곡, 굴욕외교,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무효다 △세월호 참사, 진실을 규명하라 △남북관계 개선하고, 평화를 형성하자 △탈핵으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자 △20대 국회를 성평등한 국회로 만들자 등 8개 여성선언을 선포했다.

실내 행사를 마친 대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시청 후문 동편에서 시작해 무교로, 청계남로, SC제일은행까지 이어지는 770m 거리를 행진한 뒤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합창과 희망발언을 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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