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요구하는 것은 여성이 안전하게 상담하고 신고할 수 있는 공간과, 데이트폭력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변화다”
경찰이 '데이트 폭력'을 근절한다며 일반 여성과 남성 경찰관 사이 미팅을 주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이 지정한 데이트폭력 집중신고 기간인 2월 중순 벌어진 일이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하 대구연합)은 대구남부경찰서의 ‘데이트폭력 근절’ 이벤트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해당 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지난 2일 열었다. 이들은 "경찰의 할 일은 데이트 폭력 관련 미팅 이벤트가 아니라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구남부경찰서는 지난 2월 16일 페이스북에 대구경찰 계정으로 ‘데이트폭력은 가라, 불타는 치맥파티’라는 행사 홍보물을 올렸다. ‘데이트 폭력 근절을 위해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젊은 경찰관들과의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여자 페친님 선착순 20명까지만 모십니다. 든든한 경찰 오빠가 지켜줄께!’ 라고 썼다.
행사를 준비한 서상훈 서장은 경찰 관련 매체를 통해 “연인 간 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자연스레 연인 간 폭력의 경각심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팅 홍보 글을 올린지 나흘 후인 2월 20일에는 실제로 대구 시내 한 치킨 가게에서는 여성 20명과 남성 경찰관 20명이 참가한 미팅이 진행됐다. 경찰은 이 미팅으로 인해 몇몇 커플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구여성의전화 양숙희 국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빠가 지켜준다’는 경찰의 발상은 여성과 남성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여성은 보호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연인 간의 폭력에 대한 경찰의 인식 수준을 드러났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데이트폭력 범죄에 관심과 대응은 환영하지만 근본적 정책이 아닌 단발적 대책이라는 점, 데이트폭력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는 점에서 경찰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청은 연인 간 폭력 피해 집중신고기간을 2월 3일에서 3월 2일까지로 정하고 전국 경찰서에 ‘연인간 폭력 근절 특별팀’을 구성해 피해자 보호 강화하는 대응체제를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