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성희롱·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의혹은 경찰 수사 결과 허위로 판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러한 주장을 담은 투서를 작성하고 유포하는 데 가담한 혐의(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로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오는 4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은 투서 유포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씨(68)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함께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시향 사태’는 2014년 12월2일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 음반 팔면 좋겠다” 등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관계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고,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려고 인사 전횡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들은 박 대표 파면과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당시 서울시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의혹이 사실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23일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 전 대표를 징계 처분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던 박 전 대표는 사실 명예훼손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향 직원들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8월 “피해자 진술 외에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 등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어 검찰도 박 전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박 전 대표는 투서를 작성·유포한 서울시향 직원들을 고소했고,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직원들과 구씨를 박 전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날 “폭언, 성희롱, 성추행, 인사전횡 등 투서의 핵심 부분이 모두 허위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각각의 의혹에 대해 서울시향 직원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렸고,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회식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식에 참석했던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직원 대부분이 박 전 대표가 해당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던 직원 2명은 당시 회식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허위로 판명됐다. 투서를 작성·유포한 직원들은 일시·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그러한 사실을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잦은 질책을 하기는 했으나, 직장에서 용인될 정도의 업무상 질책으로 판단된다”며 “직원 대부분이 회의 등에서 박 전 대표의 상습적인 폭언을 들은 사실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사 전횡 의혹’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대표가 인사위원회 심의 없이 특정 직원을 승진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인사위원회 심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인의 제자를 자원봉사자로 채용하고도 보수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인사담당자의 과실로 박 전 대표에게 보고 없이 채용이 이뤄졌으며 보수 없이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씨의 투서 유포 지시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구씨와 서울시향 직원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600여건이 확인됐다. 주로 박 전 대표의 퇴진과 정명훈 전 감독의 서울시의회 증인 출석 및 재계약 등 문제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경찰은 구씨가 투서 작성 과정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 국적자인 구씨는 현재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구 씨에게 4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며 “구씨가 입국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조사할 방안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