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사용한 안경을 바꾸기 위해 최근 동네 여러 안경점들을 돌아다녔다. 사고 싶었던 안경이 있어 ‘가격비교’만 하면 될 참이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같은 모델이지만 매장마다 가격이 꽤 차이가 났다. 한 5곳의 매장을 돌아다녔을까. 최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서 안경을 샀다. 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왜 한 골목에 위치한 매장마다 가격에 차이가 날까? 그리고 왜 ‘발품’을 팔며 이렇게 시간을 소진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계획하고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한다. 소비이론에 따르면 소비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여기서 최소의 비용이란 단순히 경제적인 요소, 즉 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입을 위해 들인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필자는 결국 안경을 싸게 구입하기는 했지만 그에 비해 투자한 나머지 비용이 너무 컸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몇 달 전 여행을 계획한 후 항공권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행사와 항공사, 구입조건 마다 다양한 가격이 제시됐고 그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싸게 구입하고 싶은 마음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결국 어렵게 구입을 했는데, 한 1주일이 지난 후 해당 여행 상품 가격이 약 30% 가량 떨어져 있었다. 미리 구입한 항공권은 환불하고 다시 구입하기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어서 되돌릴 수는 없었다. 허탈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들인 시간이 꼭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소비에 있어 선택의 가짓수는 너무 많다. 치약을 하나 사려고 해도 브랜드와 유통 채널, 여러 가격 조건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최적 가격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라면 선택 과정은 더 복잡해진다. 그러면 소비자로서 합리적인 가격이란 무엇일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싼 가격만을 찾는 것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 즉 나만의 가격 규칙을 만들기로 생각했다. 첫째, 가격 범위를 정한다. 물건을 구입하기로 정했을 때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범위를 정한다. 둘째, 투입하는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상한선을 정한다. 그 이상을 넘어갔을 땐 과감히 검색 과정을 멈춘다. 셋째, 제조자와 판매자의 노력에 대해 생각한다. 그 가격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물건 제조자와 판매자가 어떠한 노력을 들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에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억울해하지 말자. 물건의 사용 과정에서 내 자신이 그 이상의 효용을 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비란,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물건, 서비스를 구입하고 그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소비 과정에 있어서 싼 가격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삶의 질과 방식, 더 큰 효용에 대해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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