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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나는 독하다, 나는 강하다'

하얀 발레복이 아닌 검은 운동복을 입은채 계단을 뛰어오르고 샌드백을 치는 발레리나 강수진 모습을 담은 한 스포츠브랜드 광고가 여성들에게 반향을 얻고 있다. 운동하는 여성의 매력을 여성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운동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남성 전유물처럼 보였던 스포츠 종목의 여성 참여도 늘고 있다. 무술인 주짓수, 격렬한 몸싸움이 따르는 아이스하키, 강한 체력과 용기가 필요한 트레일러닝 등 다양하다. 강한 운동을 즐기는 여성들은 동성 간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요즘 말로 스포츠 '걸크러쉬'인 셈이다. 

하이힐만 신던 30대 이윤주 씨는 트레일러닝 입문 4개월만에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프랑스 세계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를 바라보던 시선은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서민지 씨는 아이스하키팀 내 홍일점이지만, 남성 멤버들과 동등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나선다.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는 고가영 씨는 주짓수 고수다. 이들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된 여성들은 '멋지다'는 찬사를 보낸다. 이와 함께 "여성이 하기에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본인 기량에 맞게 즐기면 위험하지 않아요. 일단 시작해보세요”

고가영 씨 “주짓수는 힘 약한 여성에게 좋은 호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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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스포츠 주짓수 동호인대회에 출전한 고가영씨(흰 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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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영 씨 제공

고가영(30) 씨는 낮에는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주짓수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로 변신한다.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를 시작한지는 1년 남짓. 입문한 계기가 독특하다. 2년 전 뛰어든 운동은 로드사이클이었다. 입문용을 타다가 1천만원 짜리 이탈리아 명품브랜드를 주문해 기다리던 중 자전거 동료들로부터 크로스핏을 권유받았다. ‘잘 타려면 복부 코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체육관에 갔는데 막상 등록한건 처음 듣는 주짓수라는 운동이었다. 주짓수 종목에서 손꼽히는 곳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고, 어찌됐든 복근만 단련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주짓수에 빠졌고 새 자전거는 받아서 두 번 탄 후 접었다.

주짓수는 유도에서 태생된 무술이라 비슷한 점이 많다. 가영 씨는 짧은 시간에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는 점, 때리고 맞는 타격운동이 아니라는 점이 본인에게 잘맞다고 했다. 장점으로는 신체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을 고루 이용하는 운동이라 몸의 밸런스를 잡기 좋고, 무엇보다 몸을 부대끼는 운동 특성상 동료들과 엄청난 유대감이 생겨 “매우 신난다”고 말했다.

퇴근 후 회식 같은 일정이 아니면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한다. 그러나 격한 운동이라 몸에 무리가지 않게 헬스와 번갈아가며 몸을 관리한다.

여자 회원이 없다보니 남자 회원들과 겨룰 때 무섭기도 했다. 1년차가 된 지금은 남성 회원들에게 이기기도 할 만큼 기량이 늘었다. 지난 연말에는 서울 중구 훈련원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KPC코리아주짓수챔피온십대회‘에 체크맷코리아 소속으로 출전해 우승도 했다.

가영 씨는 주짓수를 여성들에게 적극 권한다고 했다. “여성이 하기에 힘들지 않냐는 말을 항상 들어요. 오히려 힘이 강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에요. 옷을 활용해서 작은 힘으로도 상대를 뒤집을 수 있으니 호신술로 좋죠.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지만 위급상황 시에 불리한 포지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

서민지 “아이스하키 10kg 장비에 숨막혀도 골맛보면 날아갈듯”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서민지 씨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서민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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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서민지(28) 씨는 아이스하키에 입문한지 2년이 넘었다. 지인의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가 권유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아이스링크에 들어섰다. 그러나 스케이트 타면서 신장에 맞먹는 긴 하키 채로 퍽을 다루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사람들에게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한다고 말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여자가 하기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실제로도 민지 씨는 동호회 갤럽스 팀원 30여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동호회는 유일하게 조직된 여성팀 한곳을 빼면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즐기면서 배우고 타는 편이지만 운동은 운동이다. 5분 단위로 끊어 경기를 뛰지만 팀플레이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버텨내기가 결코 만만찮다. 10kg 넘는 운동장비와 보호장구를 무장한 채 공을 쫒아 링크장을 휘젓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턱 막힌다.

부상도 잦은 편이다. 경기에 몰입하다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선수들끼리 충돌하거나 날아가는 퍽에 맞는다. 스케이트에 능숙해도 혼자 넘어지거나 펜스에 부딪치는 일은 다반사다. 얼마 전에도 퍽이 옆구리의 보호대 빈틈으로 스쳐서 피멍이 들었다.

이런 고난을 말끔히 보상해주는 건 스케이팅의 재미와 골맛의 짜릿함이다. 하키 채를 잡은 지 8개월 만에 첫 골을 넣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넣었다는 성취감도 컸지만 동료들이 더 크게 기뻐하고 축하해줘서 더 좋았다. 팀원들과 몸을 부딪쳐가며 얻게 되는 유대감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이스하키가 남자운동이라곤 하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여자라서 특별히 힘든 운동 같지는 않다. 다만 남자보다 퍽을 치는 힘이 약하고 스케이팅 속도가 느리다는 정도다. 장비가 많다보니 가방이 매우 크고 무겁다는 건 단점이다. 150리터 짜리를 사용한다.

 

이윤주 “하이힐만 신다가 트레일러닝에 빠져 회사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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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이윤주(34) 씨는 지난해 프랑스의 산악구간을 달리는 몽블랑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UTMB) 54km 코스에 참가해 한국 여성 최초 완주자로 기록됐다. 트레일러닝 입문 7개월만이다.

고등학교 체육수업을 끝으로 30대 초반까지는 운동이란걸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하이힐만 신는 여성이었다. 높은 구두에서 내려오게 된 건 2014년, 아프고 힘든 일을 맞닥뜨리면서였다. 견뎌내기 위해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자연 속을 사람들과 함께 달리면서 몸과 마음이 치유돼 감을 느꼈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달리기를 멈출 수 없게 됐다. 입문 4개월 만에 10km 부터 하프, 풀,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모두 뛴 후 프랑스로 날아가 UTMB에 참가했다. 또 달리기 문화에 보탬이 되고 싶어 아예 회사까지 차렸다.

트레일러닝은 한마디로 자연 속을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솔길, 산길 등 보다 자연에 가까운 곳에서 비포장 흙길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아스팔트, 시멘트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험난한 길도 아니다. 서울숲길이나 남산 한 켠을 달려도 좋다.

로드러닝인 조깅이나 마라톤 등은 기록경쟁 성격이 강하지만 트레일러닝은 코스가 다르고 지형이 변화무쌍하다보니 기록보다 완주에 더 초점을 맞춘다. 또 평탄하게 포장된 길에서의 제한된 움직임이 아니라 산길을 오르내리며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해 더 건강하게 달릴 수 있다. 단, 남녀 구분을 떠나 올바른 자세, 자신에게 알맞은 난이도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주중에는 동호회 RC+크루 사람들과 달린다. 주로 서울 반포-동작충효길이나 남산 소월길· 북측순환로·둘레길을 달린다. 20여명이 참여하는데 아직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두 배 정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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