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느낌 주던 ‘스카쟌’ 대중화될듯
올해의 컬러도 ‘젠더리스’ 영향 받아
소매 넓은 ‘와이드 커프스 셔츠’ 유행
추위가 가시면서 봄옷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올 봄 패션 트렌드는 복고와 젠더리스(Genderless)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영향으로 복고 열풍이 거센 가운데 성별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만 기억한다면 누구나 패션 피플이 될 수 있다. 복고와 젠더리스의 영향을 받아 소매통과 바지통이 넓어진 와이드 커프스 셔츠와 와이드 팬츠가 새봄을 맞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1980년대 복고 패션이 올 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당시 패션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패션이 유행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지난해보다 통이 더 넓어진 넉넉한 품의 와이드팬츠, 데님 소재의 부츠컷, 미니 스커트 등이 눈길을 끈다. 삼성패션연구소 나인경 책임연구원은 “’응답하라 1988’ 효과에 따른 복고 패션 열풍은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층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며 “소비지향적이었던 80년대 콘텐츠가 장기 불황에 지친 소비자들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위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복고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8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스카쟌(Sukajan)도 유행할 전망이다. 스카쟌은 광택이 나는 실크, 레이온, 폴리에스터 소재에 호랑이, 용, 독수리 등 동양적인 자수를 입힌 야구 점퍼다. 불량한 느낌을 주는 스카쟌이 올 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카쟌을 테니스 스커트와 함께 입으면 귀여운 느낌을 주는 꾸러기룩으로 연출할 수 있다. 가죽 소재의 코팅진과 코디하면 요즘 유행하는 ‘센 언니’ 느낌이 난다.
옷으로 복고 열풍을 소화하기 부담스럽다면 베레모, 복조리 모양 가방인 ‘버킷백’ 등 복고 아이템을 활용해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다.
남녀 모두 성의 구분이나 연령을 예측하기 어려운 젠더리스룩은 여성들이 무조건 남성복 스타일의 옷을 입는 유니섹스와 구분된다. 베네통 김세정 디자이너는 “여성복에서 젠더리스가 가장 처음 선보인 아이템은 팬츠”라며 “새봄에는 앞주름과 허리선에 턱이 잡힌 넉넉한 품의 와이드 팬츠가 유행할뿐 아니라 복고 영향을 받아 데님 소재의 원단도 많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리스룩을 연출하려면 여성스러운 라인이 없는 오버사이즈 자켓이 필수다. 와이드 팬츠에 코디해 마치 남성 수트를 입은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이때 하이힐이 아닌 매니시한 단화나 옥스퍼드화를 신으면 젠더리스룩이 완성된다.
올해의 트렌드 컬러에서도 젠더리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색채 전문기업 팬톤은 2016년 컬러로 연분홍빛의 ’로즈쿼츠(Rosequartz)’와 연하늘빛인 ‘세레니티(Serenity)’의 그라데이션을 선정했다. 파란색은 남자색, 분홍색은 여자색이라는 색채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이 깨지고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한층 포근해진 봄 날씨처럼 밝은 파스텔톤의 맨투맨이나 자켓을 입어 산뜻한 봄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2016 봄∙여름 시즌 런웨이에선 ‘버즈 컷’이라 불리는 짧은 머리의 여성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는 젠더리스가 패션뿐 아니라 헤어 트렌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소매가 기존 셔츠보다 길고 넓은 와이드 커프스 셔츠가 새봄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해 바지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 유행에 이어 올해는 소매통까지 넓어져 더욱 과감해졌다. 레이스나 천의 가장자리를 주름잡아 만든 러플도 원피스나 블라우스 소매에 장식으로 꾸며져 더 화려해졌다.
김 디자이너는 “상의 소매가 지나치게 길어진 것은 사이즈가 큰 남자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젠더리스와 관련 있다”며 “여기에 소매끝을 다양하게 디자인해 여성적인 느낌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꼬르뽀 최주의 디자이너는 “와이드 커프스만 따로 판매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니트나 맨투맨과 겹쳐 입으면 봄철 꽃샘추위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드 커프스 셔츠를 민소매 원피스나 니트 조끼와 매치하면 소매가 더 돋보인다. 와이드 팬츠와 함께 코디한다면 복고와 젠더리스 트렌드를 모두 따라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