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병원용 탈모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10여년 전만해도 국내에 있는 탈모전문병원에는 대부분 남성형 탈모를 가지고 있는 일명 남자 탈모인뿐이었다. 탈모전문병원에 남자 환자만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성들 스스로 자신이 탈모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여러 매체에서 시행했던 설문조사들의 결과를 확인해보면 여성분들은 대부분 자신이 탈모가 아니라고 대답을 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설문문항을 살짝 바꿔서 “두피 모발로 인한 고민이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하니 전체 응답자의 72.4%가 “모발이 가늘어지는 현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괴리는 ‘탈모’라는 것에 대한 서로 상반된 개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탈모=대머리” 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탈모는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탈모는 누가 봐도 확인할 수 있는 뚜렷한 경계를 가지고 대머리(M자탈모, 원형탈모 등)의 형태로 진행 된다.
하지만 여성이 겪고있는 여성형 탈모는 모발이 얇아지거나 정수리 부근에서 주변으로 확산되는 크리스마스트리 형태 등 진행형태만 다를 뿐 이미 과거부터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였고 또 나름 그 고민에 대한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에 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1988’에 등장하는 세 중년 여성들의 머리 스타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뽀글이 파마 혹은 아줌마 파마다.
당시 거의 모든 아줌마들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천편일률적인 아줌마 파마는 다 이유가 있었다. 머리가 점점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져서 속이 들여다 보이기 시작하니까 뽀글뽀글 파마를 해서 머리를 풍성하게 보이려고 했던 것이다. 여성들은 이처럼 나름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탈모를 해결했던 것이다.
사실 원형탈모나 휴지기탈모를 제외하고 보편적으로 겪는 탈모라는 것은 갑자기 머리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모발이 가늘어져서 솜털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가늘어지면 가늘어질수록 머리숱은 적어 보이고 두피 속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뽀글이 파마 이외에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고 해서 예전처럼 풍성한 모발이 있던 모습으로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강산이 변하듯이 10여년 전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이러한 탈모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탈모샴푸 시장이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샴푸로 탈모를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탈모관리는 적어도 탈모전문병원에서 의학적으로 검증된 여성탈모를 위한 홈케어 샴푸와 솔루션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제대로 된 출발점이며 완치가 목적이 아닌 꾸준하게 관리해서 모발이 탈락하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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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 (주)이노진 기업부설연구소 소장은…
코슈메슈티컬 볼빅 개발이사/ 네이버 탈모카페 “탈모뽀개기” 운영/ 피부·탈모 칼럼리스트/ 전 디지털 지노믹스 DNA Chip 기획개발/전 한국얀센 임상연구 프로젝트 매니저/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