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모든 것 내려놓고
깊은 숨을 내쉬다
숲의 기운이 가득한 그곳
산사에서 나를 만나다
발우공양으로 밥상 교육
하루 체험 템플라이프도
자녀와 산사 체험 어때요
목적 없이 새벽 기운을 맞이하기 위해 눈을 뜨는 것은 쉽지 않다. 핸드폰과 컴퓨터를 꺼두고 모든 연락을 차단하기도 어렵다. 아무것도 갖지 않고 꾸밈없는 옷차림으로 길을 거니는 것은 창피하기까지 하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숨을 내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 템플스테이라면 가능하다.
나를 바로 바라보는 것은 나의 성격은 물론 내가 처한 상황도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옆의 당신도 인정할 수 있는 길이다. 각박하고 시끄러운 세상사에서 잠시 자신에게 시간을 주자. 반강제적으로 어두운 새벽을 맞이하고 인터넷이 아닌 풍경 소리를 바라보고, 사찰에서 내어주는 옷을 입고 소박한 식사를 하며, 나와 내 주변을 만나보자.
템플스테이 신청은 사찰별은 물론 템플스테이 통합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어느 사찰이나 개인 세면도구와 수건을 준비해야 하며, 사찰별 준비물이 다를 수 있으니 꼭 확인하자. 경내에서는 금연, 금주를 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전화기와 컴퓨터, 카메라 사용도 제한된다. www.templestay.com
서울 성북구 길상사
소음 들리지 않는 도심 속 사찰
1997년 2월 14일 창건법회로 문을 연 길상사는 북악산 기운 아래 자리한다. 법정 스님이 창건하고 법회를 진행했던 도심 속 사찰이다. 젊은이와 예술문화가 넘치는 거리 삼청동길을 지나면 길상사에 도달한다. 도심 속에 지은 지 오래 되지 않은 사찰이 있다곤 믿기지 않을 만큼 청아한 숲의 기운이 가득하다.
이곳의 관음보살상은 2000년 4월경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가 만들어 봉인했다. 종교 간 화합의 염원을 담고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경내에는 홀로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침묵의 집이 있고, 나무 아래 좌선을 할 수 있는 작은 평상도 마련돼 있다. 1박 이상의 템플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사찰 숲 산책과 명상을 즐기기에 충분히 고요하다.
템플스테이는 매달 셋째, 넷째 주말에 진행되는 주말 선수련회가 운영된다. 첫째 날에는 요가와 명상, 발우공양과 다도 프로그램이 있고 둘째 날에는 108배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스님과의 차담(대화) 시간이 이어진다. 수련비는 일반인 기준 5만원, 1회 이상 참가 후 다시 신청하면 3만원이다. 매달 프로그램이 변경될 수 있으니 예약 전 확인이 필요하다.
당일 사찰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매달 첫째 토요일에 2~4시간가량 진행되는 템플라이프가 운영된다. 108배를 할 수 있는 중학생 이상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수련비는 1만원.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 후 입금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108배와 단주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 시간으로 진행된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선잠로5길 68 / 02-3672-5945 / www.kilsangsa.or.kr
경기도 양평 용문사
쉬어간다고 늦어지지 않는다
용문사는 근래에 더욱 잘 알려진 사찰이다. TV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전현무가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심신을 정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스님과의 차담에서 출연자는 끝내 눈물을 보였고, 스님은 잠시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며 위로했다. 휴식이 필요한 순간, 경내를 울리는 풍경 소리는 그렇게 삶의 노고를 위로해준다.
용문사는 신라 성덕왕 2년, 서기 913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보물 제531호인 정지국사부도와 지방유형문화재 제172호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있으며, 사찰 입구에 커다란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천년 세월을 사는 나무를 바라보면 백년을 못 사는 인간사의 고달픔이 잠시나마 씻은 듯 사라진다. 따사로운 봄볕의 기운과도 같다.
용문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 명상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휴식형은 1박 이상 최장 4박까지 상시 신청 가능하다. 새벽과 저녁 예불을 제외하고 스님과의 대화, 108배, 타종체험 등은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체험형은 1박2일 진행된다. 은행나무 앞에서 소원지를 작성해보고 스님과의 차담, 108배, 은행나무와 호흡하는 선체조, 물길걷기, 염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참여자가 8명 이상일 경우 연, 뽕잎밥 체험이 포함된다.
명상 프로그램은 3박까지 신청 가능하다. 사찰 체험보다 명상 시간이 강화된 프로그램이다. 명상법을 배워보고 걷기 명상과 은행나무 명상 등을 실행해보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수련 비용은 성인 1박 기준 휴식형 5만원, 체험형과 명상 프로그램은 6만원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 템플스테이 010-5342-5797 / 종무소 031-773-3797 / http://yongmunsa.templestay.com
인천 강화 전등사
역사의 숨결 속 나를 만나다
역사와 문화의 섬으로 알려진 강화도에 위치한 전등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졌다. 불교문화가 한반도로 유입된 초창기에 진종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지어졌다. 그 후 불법의 등불을 전한다는 뜻의 전등사로 개칭됐다. 조선 중기 건축물인 대웅보전과 같은 양식의 약사전,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범종, 균형미가 돋보이는 목조석기여래삼불좌상 등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보물과 국가 사적, 인천유형문화재, 향토 유적 등이 경내에 보존돼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인 만큼 많은 전설이 곳곳에서 전해진다. 그중 대웅보전의 나부상이 특히 재미있다. 대웅보전을 건축하던 도편수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여인을 조각해 놓았다고 전해지는데, 떠난 여인에 대한 원망이 아닌 참회하고 바르게 살라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추측된다. 사찰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기원을 내리는 듯하다. 경내 카페가 따뜻하고 소박하다. 예술이 접목된 미술관 같은 불당인 무설전도 운영된다.
전등사의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2박까지 신청 가능하다. 휴식형은 예불과 공양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산사에서 시간을 지낼 수 있다. 체험형은 타종체험, 명상, 염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과 전등사를 감싸고 있는 정족산성인 삼랑성 산책으로 이뤄진다. 수련비는 방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성인 기준 5만원부터 8만원까지다. 1박 추가할 경우 약간의 할인이 적용되며, 참가 횟수에 따른 할인도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 템플스테이 사무국 032-937-0152 / 종무소 032-937-0125 / www.jeondeungsa.org
강원도 양양 낙산사
나와 세상 향한 진실한 기도
동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봉산 자락에 자리한 낙산사는 1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고찰이다. 2005년 4월 대형 산불로 많은 당우가 소실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역사적 건축물은 볼 수 없어도 그 숨결만큼은 여전하다. 사찰 내에는 공중사리탑, 건칠관음보살좌상, 칠층석탑과 해수관음상 등의 유물과 보물이 보호 관리되고 있다.
신자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해수관음상이 경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1977년 완공된 해수관음상은 높이 16m로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 있다. 그 둘레로 108개의 법률석이 조성됐다. 2005년 화재 후 중생의 번뇌를 깨달음으로 성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온화하게 미소 지은 해수관음상을 보며 법률석을 따라 걸으면 마음을 흩트리던 온갖 번뇌가 사그라지는 듯하다.
낙산사의 템플스테이는 세 종류다. 매일 진행되는 ‘꿈, 길 따라서’, 매달 첫째, 셋째 주말 프로그램인 ‘길에서 길을 묻다’, 분기별 1회씩 진행되는 ‘꿈꾸는 만다라 여행’이 있다. 동해를 굽어보는 낙산사인 만큼 저녁 동해바다 구경, 바다가 보이는 의상대와 홍련암을 지나는 사찰 탐방, 동해 일출 감상 등 지역적 특성이 담긴 사찰 체험이 마련된다. 수련비는 성인 기준 1박에 5만원, 7만원이며 최장 2박까지 참여 가능하다. 매회 16명까지 인원 제한이 있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낙산사로 100 / 종무소 033-672-2447 / 템플스테이 033-672-2417 / www.naksan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