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혐의로 구속됐다가 출소한 40대 남성이 같은 여성을 협박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데이트폭력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7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도 피해자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명예를 훼손하는 글과 사진을 올린 혐의 등으로 42살 문 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와 A(43)씨는 같은 보험회사에 다니는 설계사 동료로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연인 사이였다. A씨는 평소 질투와 집착이 심했던 문씨에게 교제 4개월 만에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문씨는 A씨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였다. 문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 몰래 기다렸다가 흉기로 위협하며 성폭행까지 시도했다. 또 자신의 SNS에 ‘A씨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허위 글을 올렸고 직장 내에서 한 차례 더 성폭행을 시도했다.
참다 못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지난해 5월 문씨를 구속했다. 구치소에 있으면서 서신과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종용한 문씨는 보복을 두려워하던 A씨의 합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확정 판결을 받고 지난해 7월 출소했다. 이후 A씨에게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구치소에서 출소하자마자 문씨는 다시 A씨를 쫓아다녔다. 두려움을 느낀 A씨가 전화를 피하자 문씨는 휴대전화 3대를 개통해 지난해 7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다른 번호로 번갈아가며 연락했다.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심야에는 전화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다. 자신의 SNS에는 ‘고통 없이 보내주겠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게 하겠다’ 등 살의가 느껴지는 협박 글과 심한 욕설도 올렸다.
지난 3일부터 전국 251개 경찰서에 ‘연인 간 폭력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경찰청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은 재범률이 높고 개인정보가 이미 노출돼 보복피해 우려가 높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은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기관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특수성이 있다보니 피해자가 용기 있게 사건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 아내 폭력과 같은 양상을 띤다. 인권을 침해당한 뒤에도 데이트, 연애라는 환상에 빠져 상대가 ‘변하겠지’라고 받아주면 절대 안 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폭력의 특성상 한두 번의 용서로 상대가 변화되지 않는다”며 “매 맞는 아내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더 심각한 폭력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