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연일 군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당은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언급하며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북핵 문제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심각해졌다”며 “그런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개시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우리의 안보방위태세를 안심시켜주는 좋은 조치”라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도 “군사적 조치로 사드, B-50 폭격기를 사전에 배치하고, 외교적인 노력도 함께 했으면 북한이 감히 설 전날 도발하는 것을 꿈도 못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사드 배치는 무관한 이야기다. 자꾸 분위기를 타서 엉뚱한 것을 꺼내니까 우리 정부에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더민주 심재권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외교 실패를 기록하고 있다”며 “외교 참사를 가져오고 있는 최악의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연내 사드 배치를 위한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주한미군과 사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기 평택을 비롯해 대구, 칠곡 등 사드 배치 후보지 5~6곳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이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우리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한 뒤 고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종말 단계’에서 이를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사드의 레이더는 탐지거리와 요격기능 여부에 따라 전진배치 모드(FBM)와 종말모드(TBM)로 나뉜다. 탐지거리가 최대 2000㎞인 전진배치 모드는 미사일 발사에서부터 상승단계를 추적하는 탐지 전용인 반면, 탐지거리가 600~1000㎞ 이내로 국한되는 종말모드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요격 시스템을 갖춘 종말모드가 도입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 1일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과 사드를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사일 방어체계 중첩 논란도 일고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사드의 기능이 겹치면서 불필요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L-SAM 등을 개발해 KAMD를 구축하게 되면 사드는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었다. 사드의 기능과 겹치는 방어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인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L-SAM이 개발되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이 “L-SAM이 개발되더라도 사드 배치는 별개이므로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달라지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