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큐레이터 폴커 알부스와 협업,
고전 디자인 변형·신소재 활용
국내외 작가 52개 작품 선보여
서울대 미술관이 2016년 첫 전시로 ‘뉴 올드: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이하 뉴올드)’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의 저자로 유명한 독일 큐레이터 폴커 알부스와의 협업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대 미술관은 뉴올드전 개막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성희 서울대 미술관장, 주민선 학예연구사, 폴커 알부스 큐레이터, 스테판 레그너 작가가 참석했다.
뉴올드 전은 해외 작가 45명과 국내 작가 7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전적 디자인을 변형한 작품들과 신소재를 활용해 전통적 제작 방식을 재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전통을 통해 새로움을, 새로움을 통해 전통을 다시 부각한다.
김성희 서울대 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현대 디자인 제품들과 한국 디자인 제품들 내면에 있는 전통을 알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많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 그들의 창의적 발상을 도울 수 있는 전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총괄을 맡은 서울대 미술관 주민선 학예연구사는 “올해는 미술관 개관 10주년이다.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의 첫 번째 전시인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며 “전통과 새로움 사이의 디자인, 혹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하는 우리 모두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시간과 우리 삶의 결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미술관과 함께 뉴올드 전을 기획한 폴커 알부스는 이번 전시는 정교하게 재단된 작품만을 선보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전시의 작품들은 대부분 개념적이고 실험적이며 역설적이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라며 “우리는 아이디어를 표현하려는 것이지 팔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폴커 알부스는 서울대 미술관 전시장을 직접 돌아보며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가 제작한 ‘픽셀-페르시아 양탄자’는 현세대의 기술을 보여주는 픽셀 문양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화려한 동양의 문양을 가지고 있던 기존 양탄자의 전통과 결별한 작품이다.
독일 작가 질비아 크니풸의 ‘옷장’은 멀리서 보면 바로크 시대의 전통을 물려받은 옷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옷장은 스펀지로 된 거대한 블록을 사용해 제작된 작품으로, 옷장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할 물건들을 블록 옷장 표면에 홈을 내어 그 틈새에 끼워 넣을 수 있다. 물건을 쉽게 찾아서 써야 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담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낡은 빨래 바구니의 일부를 대나무로 엮어 재탄생시킨 코둘라 케러의 ‘바구니’, 의자의 소재와 모양을 다양하게 변형한 23개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폴커 알부스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국내 작가 7명의 작품 중 소은명 작가의 ‘더 라인스(The Lines)'를 가장 흥미로운 작품으로 꼽았다. 소 작가는 한옥의 전통 문창살을 뼈대로 삼아 고무 밴드를 교차시켜 만들었다. 기존 수납장의 문고리와 문짝이 없어서 쉽게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뺄 수 있다. 바쁜 현대사회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폴커 알부스는 “이 작품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들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뉴올드 전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 전관에서 4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