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엽 작가 12번째 개인전 ‘벌레’

싹 난 감자, 멍든 과일, 나방 등

인간과 공존하는 작은 생명체 관찰

 

1월 21일부터 2월 27일까지 12번째 개인전 ‘벌레’를 개최하는 정정엽 작가가 전시 준비 중인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cialis manufacturer coupon cialis free coupon cialis online coupon
1월 21일부터 2월 27일까지 12번째 개인전 ‘벌레’를 개최하는 정정엽 작가가 전시 준비 중인 갤러리 스케이프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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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괴리.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을 뜻하는 괴리는 화가 정정엽(54)의 예술 세계와는 상극이다. 예술이 우리의 삶과 너무 동떨어진 것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예술과 삶이 함께 가고자 하는 ‘괴리되지 않는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삶이 예술을 배반하지 않는 ‘공존’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 그게 정정엽이다.

이달 21일부터 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스케이프에서 정 작가의 12번째 개인전 ‘벌레’가 열린다. 5년 만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존의 아이콘은 벌레다. 상처 난 과일, 싹 틔운 감자, 번식하는 벌레, 뒤엉킨 나물이 30여 점의 캔버스를 채웠다. 5년 전 아홉 세대가 사는 경기도 안성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이사했기 때문일까. 작가의 대답은 “아니요”다.

“원래 문명 속의 야생적인 감각에 관심이 많다. 도시에 있을 때도 그런 작업은 계속했다. 시골 마을에 살면서 굉장히 유리한 측면은 있었지만, 그 지역에 국한된 작업은 아니다. 한 마을은 하나의 지구다. 그 마을이 파괴되는 것은 지구가 손상되는 것과 같다. 마을 안에는 산천초목이 있고, 굉장히 회피하고 싶은 벌레도 있다. 완벽하게 세팅된 도시에서는 다른 생명이 살기 힘들지만, 최소한 우리가 아는 ‘마을’에서는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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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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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케이프

정 작가는 마을 이야기를 통해 지구의 생태와 환경 문제를 얘기한다. 그 시선의 중심에는 여성의 눈이 있다. 특히 모성적인 살림의 눈이다. “나물도 그냥 들판의 풍경으로서의 나물이 아니다. 채취해서 다듬는 최초의 노동을 제공하는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모성의 연민으로 마을을 바라보면 썩은 감자 한 알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정 작가는 여성노동, 멸종위기 동·식물, 팥을 중심으로 한 곡식 그림 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이반되지 않는 예술 형식을 고민해 왔다. 그에게는 미세하게 아름다운 날 것, 연약한 존재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든 생명이 ‘살피고 돌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는 그 존재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고 “벌레가 없으면 인간도 없다”고 말한다.

“내가 발견한 나방만 해도 30여 종이다. 굉장히 불필요한 존재 같은데 나방이 거기에 사는 이유가 있을 거다. 왜 사는 건지 생각해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가 왜 사는지에 대해 100분의 1도 모르고 한다. 사실 전시 제목도 ‘나는 너를 모른다’라고 지을까 했다.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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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학일리에서 주운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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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케이프

전시 작품 중 ‘학일리에서 주운 과일’은 추수가 다 끝난 다음 밭에 버려진 과일들을 한 쟁반에 담아 그렸다. 멍들고 상해서 ‘상품 가치’가 없는 과일들이다. “우리는 단지 상해서 못 먹는 것만 버리는 게 아니라 못생겼다고 버린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 상품화가 안 돼 버려진다. 우리가 어떻게 이 거대 자본주의에 대항하겠나. 단지 어떤 부분에 숨구멍을 내고 가능한 방식을 모색하는 거다.”

정 작가는 직장인처럼 주 5일, 하루에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페인팅은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 사용한 기법과 재료는 조금씩 다 다르다. 여러 가지 방법을 구사하는 게 그의 방식이다. “기법 등 형식적인 실험은 다 나왔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를 위해, 왜, 무엇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다. 그것에 맞는 형식을 구사한다.”

그는 “작가의 숙명은 길을 발견하는 순간 돌아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을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길 찾기를 계속하는 사람’이 작가다. “작업을 거칠수록 한 뼘씩 자유로워진다”는 정 작가는 “자유가 곧 성장”이라고 말했다. 어떤 작가로 불리고 싶은지 물었다. “수식어가 없는 게 제일 좋다. 만약에 붙인다면 ‘여성주의 작가’ 거기까지. 다른 수식어는 필요치 않다. 정정엽 작가. 직업이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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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정엽 작가는…

1985년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후 1995년 이십일세기 화랑에서 첫 개인전 ‘생명을 아우르는 살림’을 시작으로 2000년 ‘봇물’, 2001년 ‘낯선 생명’ ‘그 생명의 두께’, 2009년 ‘얼굴 풍경’ ‘Red Bean’, 2014년 ‘길을 찾는 그림, 길들여지지 않는 삶’, 2011년 ‘Off Bean’ 등 12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약 30년 가까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정엽 작가는 200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한국 미술작가를 수상했다. 여성미술연구회, 입김 등의 모임을 통해 여성의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황해미술제 전시기획과 인천지역 활동, 한국현대미술선 출판미술 활동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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