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보육 대란‚ 선거구 획정 문제 등
정부와 정치권 일치단결로 극복해야
병신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첫째, 북한의 4차 핵 실험으로 인한 안보 위기다. 북한은 지난 6일 조선중앙TV 특별 중대 보도를 통해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라섰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맞선 자위적 권리”라며 핵 실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북한의 4차 핵 실험은 과거 1~3차 때와 달리 중국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과거에는 외무성이나 국방위원회 차원의 성명을 통해 짧게는 6일 전, 길게는 한 달 전쯤부터 핵실험을 예고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다. 왜 그랬을까? 남북은 물론 북·미, 북·중 관계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시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다는 시각이 있다.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경제 강국 건설이나 인민 생활 향상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민들의 눈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극도로 제한돼 있다. 한미공조 강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적 제재, 대북 확성기 재개 등이 고작이다.
북한이 국제 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을 강행했을 때마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핵 카드만이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일찌감치 핵무장론을 펼쳤지만 허사였다. 북핵 문제는 더는 대화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 외에 북핵 문제에 대해 무방비 상태이다.
둘째,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보육 대란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히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 등 법적·행정적·재정적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가 교육감들을 겁박하며 누리과정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지방 교육 재정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올해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교육청에 지급하는 돈이 2조8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감이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그 돈으로는 인건비 자연 증가분 등을 충당하기도 벅차다고 맞서고 있다. 여하튼 보육료 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매월 최소 22만 원 이상을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
셋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선거구가 없는 입법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선거구 간 최대 인구와 최소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재조정하라며 국회의원 선거구역을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25조 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혈안이 되어 헌재가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총선 예비후보 3명은 행정 법원에 국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어겨 총선에 출마하려는 자기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국회 의정 활동과 관련해 피고를 ‘국회’로 적시한 행정 소송은 한·일 협정 비준 동의를 무효로 해 달라며 1965년 제기된 사건 이후 51년 만에 처음이다. 작금의 암울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은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국가가 처한 위기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못하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다. 갈등을 조장하는 국회는 존재 가치가 없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서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상식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닌가.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정말 어이가 없다고 전해라”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