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여성당’ 출범… 여성 정치참여 확대 목표
비페미니스트 표방·남성 요직 점령 등 진정성에 의문
남미 국가 브라질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위한 정당이 출범해 해외 여성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당의 방향에 우려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브라질여성당’(PMB)이란 이름으로 창립된 이 당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브라질 의회의 여성 의원은 513명 중 53명으로 10.3%이며 여성 정치참여 수준은 세계 115위에 머물러 있다.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를 배출했지만 호세프 내각 31명 중 여성은 4명뿐이다. 이런 브라질에서 여성을 위한 정당 창립은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브라질여성당을 진정한 여성의 정당이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비페미니스트 정당을 표방하며 세계 여성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여성 낙태권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명의 지역 당위원장 중 여성은 2명뿐이며 안보 강경파에서 구 좌파 인사까지 혼재된 인적 구성과 조카 학대 혐의로 다른 당에서 퇴출된 전직 의원까지 포함된 후원자 명단이 더욱 의문을 안겨주고 있다.
창립자이자 당수인 수에드 하이다(59)는 “더 많은 여성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상파울로 제툴리우바르가스대 법학과 루치아나 라모스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여성의 정치참여 부족은 정당 문제가 아닌 “이 나라의 양성불평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브라질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었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브라질의 남녀 임금 격차는 40%에 달하며 ‘세계 기업 여성 임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또 브라질은 지구상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로 1980년에서 2013년까지 여성에 대한 살인사건은 252%나 늘었으며 10만 명 중 4.8명이라는 여성 살해 비율은 미국보다 48배나 높은 수치다.
브라질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마라냥 주 상루이스에서 노동자 계급의 딸로 태어난 수에드 하이다 당수가 브라질여성당을 창립한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열여섯 살 때 남편과 함께 한달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리오데자네이루로 이주한 그는 가정부와 재봉사, 미용사로 일하면서 좌파 정치 조직 활동에 참여했다. 2008년 브라질여성당을 만들기로 결심한 후 전 재산인 가게를 팔고 그때부터 전국을 돌며 정당 설립에 필요한 50만 명의 서명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는 브라질여성당을 만든 이유에 대해 “브라질 여성들은 정당 조직 내에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당은 다른 남미 국가들처럼 성별 쿼터제를 갖고 있지만 정당이 아닌 후보 개인에게 투표하는 시스템이라 자금력에서 앞서 있는 남성 후보들이 요직을 점령하고 있다.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브라질여성당의 출범이 브라질 정계에서 의미 있는 사건임은 틀림없다. 라모스 교수는 “여성당의 존재와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은 34개의 여타 정당과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그 자체만으로 브라질 여성을 위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