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올라야 할 것 같은 한라산 백록담. 여러 차례 한라산을 찾았지만 백록담에 오르지 못하다 드디어 한을 풀었다. 그것도 파노라마처럼 360°로 산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포근히 눈 덮인 한라산으로. 저 멀리 서귀포 일대는 운해가 깔리고 수평선과 지평선이 헷갈리는 몽환적인 전경. 비록 이름처럼 흰 사슴을 만나거나 연못에 손도 못 담구고 먹이를 구하는 까마귀떼만 무리지어 사람을 따라다녔지만, 전혀 아쉬움이 남지 않는 멋진 산행이었다. 아침 여덟시에 오르기 시작해 오후 네 시 반에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동행한 후배들과의 멋진 하루는 기록으로 남겨 둔 휴대폰 사진 만큼이나 싱그러웠다.

전날 출근해 왼쪽 창으로 멀리 보이는 육지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저 멀리 태양 빛을 받아 또렷이 보이는 육지를 처음에는 섬으로 착각하고, 노트북에서 지도를 찾으니 약 70km 거리의 보길도와 인근 섬과 육지임을 알 수 있었다. 제주출신에게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제주 부근이 좀 어둡고, 육지 쪽이 햇빛으로 반짝이는 날이어서 인 것 같다. 옥상에 가 사진을 찍고 법석을 떨은 이튿날의 눈부신 한라산 설경이라 더욱 신비롭게 다가 왔다.

일본에서 근무할 때 후지산을 한 번도 오르지 않으면 일본인이 아니고, 두 번 오르면 멍청이라는 말을 들은 생각난다. 그 힘든 길을 왜 두 번 오르느냐는 의미다. 중국인들도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도 백두나, 한라산을 오르지 않으면 한국인이라 할 수 없다는 의식이 뇌리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한라산 일부 구간은 관악산처럼 줄서서 오르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제주가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 난다는 말은 도내 성산 행 시외버스를 타고 실감한 적이 있는데, 버스에 탄 승객의 절반은 중국인이고 1/3이 서양인에 한국인은 나와 아내를 포함하여 소수였다. 가는 길에는 중국인들의 떠드는 소리, 돌아오는 길에는 한잔 걸친 서양 젊은이들의 시끄러움도 애써 외면해야 했다. 한라산에서도 대충 들으니 중국인이 20%는 되는 같다. 외국인 300만, 내외국인 합쳐 13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아 스마트 관광을 목표로 내건 이유를 알만하다.

표고에 따라 잘 분포된 주목과 구상나무 등 교목과 점점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조릿대 등의 관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의 구상나무는 미국의 하버드대 식물분류학자 윌슨에게 한 신부가 채집해 준 나무가 분비나무가 아닌 구상나무라는 신종으로 발표되었고 학명도 Abies korena이며 영어명도 Korean fir로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조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 본다. 듣기만 해도 아주 기분이 좋아 진다. 구상나무가 우리 고유품종이 맞지만, 재산권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1920년 당시의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납득이 간다. 문제는 주목 군을 지나 고지대에 사는 이 나무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눈에 뜨이게 고사목이 많다. 심각한 것은 국제자연보전연맹이 100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현상이야 거스를 수 없겠지만 환경을 보호하자는 지구촌의 노력이 절실한 현실로 다가 온다.

제주와 한라산이 우리에게 갖는 남다른 의미는 백두산 다음으로 높아서만은 아니다. 청정한 섬으로 남다른 아름다운 풍광과 지켜야 할 고유의 문화와 삶이 있기 때문이리라. 해녀와 올레가 있고, 오랜 말 목축의 역사와 몽고와 일본군의 침략 흔적 등 참으로 다양하다. 일본 근무 시절 대부분의 태풍이 한반도를 향하지 않고 일본으로 방향을 트는 것은 한라산 때문으로 여긴 일본이 한라산의 높이를 낮추려 생각했다는 얘기도 사실 여부를 떠나 일견 일리가 있게 느껴진다.

다행히 그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해 특별차치도가 된지도 10년이 되었다. 그 공과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세계인이 누구나 찾는 더욱 완성된 아름다운 섬으로 가꾸어야 하는 지상명제는 섬사람만의 숙제는 아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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