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싸웠는데도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믿었던 한국 정부는 왜 우리를 도와주기는커녕 두 번, 세 번 죽입니까? 먼저 하늘나라로 간 238명의 한을 풀기 위해서, 후손들에게 이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겁니다.”
단상을 내려간 이용수(8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훔쳤다. 한·일 정부가 ‘위안부’ 협상 타결을 선언한 후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첫 수요시위는 분노와 눈물로 가득 찼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청년, 시민사회단체 등은 한·일 정부를 비판하며, 전시 성폭력 문제의 올바른 해결과 사회적 연대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는 1000여 명(경찰 추산 700명)이 모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길원옥(87) 할머니, 시위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비롯해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참석했다. 고등학생, 임신부 등 일반인과 외국인들도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함께했다.
이날 시위는 올해 별세한 고 황선순, 박○○, 이효순, 김외한, 김달선, 김연희, 최금선, 박유년, 최갑순 할머니 등 9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고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나를 잊지 말고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서 이겨달라’고 하셨지요. 약속합니다. 편히 쉬세요 어머니.”
숙연한 추모제는 곧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의 장으로 바뀌었다. 추모사에서 고등학생, 청년 활동가, 종교·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번 한·일 정부의 ‘졸속 합의’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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