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무책임, 무소신’으로 일관했던 2015년 정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정치권이 더 크게 변하고 국민을 향한 큰 울림의 정치로 거듭나길

역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부활

 

당선 3주년을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대 총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5.12.18 ⓒ뉴시스·여성신문
당선 3주년을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대 총장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5.12.18 ⓒ뉴시스·여성신문

다사다난했던 2015년 을미년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교수신문이 지난 12월(8~14일) 전국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59.2%가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無道)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 이어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6%, ‘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는 ‘갈택이어(竭澤而漁)’가 13.6%로 뒤를 이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라고 한다. 올 한 해 대한민국 정치도 큰 틀 속에서 보면 혼용무도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화와 토론은 사라지고 극단과 배제의 정치가 판을 치면서 온통 어지럽고 혼돈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회를 향해 극도의 불만과 질타를 퍼부었다. “배신의 정치,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 “새로운 정치하는 정치인만 존재”(6월 25일), “진실한 사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1월 10일), “맨날 앉아서 립 서비스만 한다”,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11월 24일), “국민의 기대를 허무는 일이다”(12월 7일),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 “나라와 미래의 족쇄”, “천하태평, 당리당략”(12월 8일).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의 핵심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배신자와 야당을 심판하고, 진실한 사람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외곬의 무서운 돌파형’이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은 집요한 사람이다.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어떤 어려움이 봉착하더라도 목표를 관철시킨다. 이 과정에서 종종 정치가 실종되고 권위주의적인 행태가 노출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작심 발언들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진짜 크다. 한데 대통령께서 위기를 너무 자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국민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떨어지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문제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신이 임명한 장관과 참모들을 앞에 두고 국회를 비난한다고 정치가 바뀌고, 국회에서 경제를 살리는 법이 통과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상황을 절박하게 인식하면 절박하게 행동해야 한다. 야당 대표를 수시로 만나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떠한가? 혼돈스럽고 무책임한 것은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공동 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이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탈당을 했겠는가.

지난 2월 문재인 대표는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선거에 이기는 정당, 경제를 살리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안 의원의 탈당으로 야권이 분열되면서 ‘이기는 정당’은커녕 현재의 위상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늘 “현 정부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문화일보 9월 여론조사(22~24일) 결과, ‘경제발전 노력’에서 새누리당은 44%로 새정치연합(8%)을 압도했다. ‘서민복지 노력’ ‘국민여론 반영’ ‘변화 쇄신 실천’ 등의 분야에서도 여당이 야당을 크게 앞섰다. 새정치연합이 크게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년을 보내며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치권을 향해 바라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정치의 근본을 지키라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 운영 책임자인 대통령이 정치를 무시하면 정치가 정상화될 수 없다.

정치가 실패하면 경제가 망가지고, 경제가 망가지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 여야가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여기면서 대립하면 정치는 사라지고 그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무기력, 무책임, 무소신’으로 일관했던 2015년 정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정치권이 더 크게 변하고 국민을 향한 큰 울림의 정치로 거듭나길 바란다. 역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 부활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