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해도, 예쁘지 않아도

자신 있고 당당한 여주인공 인기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여성 캐릭터는 누구일까.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모습으로 많은 여성의 공감을 산 여성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본다.

 

드라마 ‘프로듀사’의 배우 공효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드라마 ‘프로듀사’의 배우 공효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똑똑한 허당 ‘탁예진’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배우 공효진이 연기한 35세 뮤직뱅크 피디 ‘탁예진’은 똑똑하고 도도한 말투가 무색하게 종종 의도치 않은 몸 개그를 선보이는 허당 캐릭터다. 예능 PD들은 대중에게 연예인만큼이나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평범한 외모의 탁예진이 시청률 하나에 울고 웃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보통의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여리고 착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야” 입사 초기, 예진은 남자들만 득실대는 예능국에 들어온 신입 ‘여자 피디’였기 때문에 모두 ‘피디 치곤’ 예쁘다며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예진은 ‘참 여리고 착해’란 말이 결코 칭찬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한 마리의 쌈닭일 뿐이다.

 

깨알 같은 주근깨가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그녀는 예뻤다 홈페이지
깨알 같은 주근깨가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 ⓒ그녀는 예뻤다 홈페이지

취업준비생 ‘김혜진’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주인공 ‘김혜진’은 올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아닐까. 조금 과장된 것 같은 빨간 볼에 깨알 같은 주근깨가 인상적이다. 배우 황정음이 연기한 혜진은 아빠의 사업이 망하는 등 사춘기 시절 격변을 겪으며 미모를 잃고,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면서 상위권 성적도 잃었다. 남은 것은 학자금 대출금과 초라한 스펙의 ‘취업 장수생’이란 딱지다. 탄탄한 회사에서 제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려는 혜진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 누구의 눈길과 관심도 받지 못하는 혜진은 이 시대 외로운 청춘을 대변했다.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특공대 ‘성덕선’

요즘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을 빼놓을 수 없다. 가수 이혜리가 연기하는 덕선이는 쌍문여고 3학년이다. 그런데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의 줄임말 ‘특공대’라 불릴 만큼 공부를 못한다. 또 서울대생 언니에 눌리고 남동생에게 치이는 설움 많은 둘째 딸이다. 이런 덕선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성적 따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성격과 골목 분위기 메이커로 불릴 만큼 풍부한 끼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주인집 아저씨의 개그 파트너도 덕선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치명적인 반전 매력은 친구와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어른스러움’이다.

 

전지현이 연기한 암살단 대장 ‘안옥윤’. ⓒ뉴시스ㆍ여성신문
전지현이 연기한 암살단 대장 ‘안옥윤’. ⓒ뉴시스ㆍ여성신문

액션 영웅 ‘안옥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독립운동가 ‘안옥윤’은 올해 남성 중심의 액션 블록버스터와 스릴러 영화들 속에서 살아남은 귀한 여성 캐릭터다. 안옥윤은 친일파 암살단을 이끈 실존 인물로,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에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 독립군 저격수인 안옥윤이 등장하면서 역사와 함께 사라진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안옥윤은 20대 초반의 인물로 설정된 만큼 연애에도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운 문물에도 관심을 보이는 딱 그 또래 여자이기도 했다.

 

뚱뚱한 몸매의 여주인공이 날렵한 액션을 선보인 영화 ‘스파이’. ⓒ뉴시스ㆍ여성신문
뚱뚱한 몸매의 여주인공이 날렵한 액션을 선보인 영화 ‘스파이’. ⓒ뉴시스ㆍ여성신문

내 몸매가 어때서 ‘수전 쿠퍼’

영화 ‘스파이’에서 활약한 ‘수전 쿠퍼’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배우 멜리사 매카시가 연기한 수전은 현장 요원들의 임무 수행을 돕는 CIA의 내근 요원이다. 완벽한 최고의 요원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을 짝사랑하며, 그의 파트너로서 조용히 임무를 수행한다. 수전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현장 요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수전 쿠퍼가 스파이도 모르는 스파이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얘기가 달라진다. 뚱뚱한 몸매를 가진, 특별하지도 않은 한 여성이 숨겨놓았던 자신만의 재능을 펼치며, 당당하고 씩씩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와 ‘슬픔이’. ⓒ뉴시스ㆍ여성신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와 ‘슬픔이’. ⓒ뉴시스ㆍ여성신문

나도 소중해 ‘슬픔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열광했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는 연예인들이 패러디하며 더 화제가 됐다. 슬픔이는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에 살고 있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쁨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와 함께다. 슬픔이는 기쁨이가 주도하는 본부 속에서 늘 겉돌기만 하는 감정이다. 슬픔이의 존재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즐거운 감정 신호만 보내던 친구들은 슬픔을 표현하고 털어내야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슬픔이는 우리에게 기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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