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사회복지회·공동모금회 내년까지

미혼 양육모에게 직업·창업 체계적 지원

올해 자립 사업장 5개 열고, 내년엔 3곳 오픈

네트워크 통한 노하우 공유로 안착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 사옥에 오픈한 ‘카페이스턴’ 매장에서 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 사옥에 오픈한 ‘카페이스턴’ 매장에서 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18개월인 딸 수정이(가명)를 홀로 키우는 이영주(가명·28)씨는 요즘 카페이스턴에서 커피 만드는 일에 푹 빠졌다. 지난해까지 입양과 양육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미혼모 시설인 생명누리의 집에 입소해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와 함께 홀로서기’를 어렵게 선택했다. 이씨는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오로지 혼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것이 부담되고 너무 많은 걱정이 앞섰다”며 당시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바리스타 교육을 접하면서 다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제는 낮엔 바리스타로 일하고, 저녁에는 사이버평생교육원에서 경영학사 과정을 공부하며 직장인과 학생을 오가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 이씨는 “처음 세상을 만나는 딸을 품었을 때부터 더 많이 축복해주지 못했다는 점이 항상 마음에 남아 세상에서 가장 노력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딸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며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미혼모인 이씨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씩씩한 엄마로 설 수 있었던 것은 ‘해피맘(Happy Mom)’ 프로젝트 참여가 계기가 됐다. 해피맘은 동방사회복지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홀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서울·경기, 충청·호남, 대구·경상 등 전국 총 15곳의 수행 기관을 통해 미혼모 160여 명이 바리스타, 네일아트, 미용, 조리사 과정 등 취업·창업 교육을 받았다. 해피맘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은 여성들은 자립 사업장인 카페이스턴과 네일이스턴에서 실습을 하고 취업까지 할 수 있다. 자녀 양육을 하면서 소득 활동을 책임지며 ‘엄마’로서 지역사회 일원으로 세상에 나설 수 있도록 양육·라이프 코칭, 자조모임 구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해피맘은 가정과 직장, 안팎의 고립으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미혼 양육모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는 3만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여성재단이 발표한 ‘미혼 양육모 모자가정 건강지원사업 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수입이 있는 미혼모 10명 중 8명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한다. 미혼모 가운데 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도 1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녀 양육과 가정경제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미혼모는 가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종합 복지서비스를 펼쳐온 동방사회복지회는 지난 2011년부터 미혼 양육모의 자립을 돕기 위한 ‘나이스 싱글 마더(Nice Single Mother)’ 사업을 진행했다. 해피맘 프로젝트의 전신으로 싱글맘들이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상담과 교육, 취업 연계를 지원해왔다. 특히 동방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인 ‘카페이스턴’은 나이스 싱글 마더 프로그램 참여 여성들의 실습과 취업 공간으로 2011년 서울 창천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 15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 사옥에 4호점이 새로 문을 여는 등 차근차근 지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확장 추세는 카페이스턴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은 결과다. 실제로 2011년 2690만원에 그쳤던 카페 연매출은 2012년 3221만원, 2013년 6755만원, 2014년 1억44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12월 둘째 주 기준 1억5616만원(누적)을 넘어섰다. 카페이스턴이 4년 만에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착한 소비’ 활성화와 더불어 교육과 카페 메뉴 개발 등 전문성 강화를 통해서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카페이스턴’ 1호점에서 미혼 양육모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카페이스턴’ 1호점에서 미혼 양육모들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해피맘 사업 담당인 김태경 동방사회복지회 부장은 “다른 매장과 경쟁해야 하기 위해 심화교육, 전문가의 일대일 코칭 등을 통해 커피, 베이커리, 네일 서비스 등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해피맘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15개 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1년 처음 문을 연 카페이스턴은 현재까지 4개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정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동방사회복지회는 이 과정에서 얻은 운영 노하우, 위기관리 방안 등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장들에 공유하고 있다.

해피맘 사업은 2015년과 2016년 2개년 프로젝트로, 2015년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교육, 소득, 건강, 참여 등 4개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방사회복지회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미혼양육모들의 실질적인 자녀 양육과 경제적 자립을 주제로 사례를 공모해 공유함으로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여성들끼리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또한 수행기관별로 한 해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사업이 진행되는 내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엄마’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까지 지속될 지원 사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진숙 동방사회복지회 회장은 “홀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엄마들에게 사회적인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며 “앞으로도 미혼양육모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적인 육아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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