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져라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안 의원은 “지금 야당으론 희망이 없다”며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탈당했다.

정당정치의 측면에서 볼 때 안 의원 탈당은 분명 퇴보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이 1년9개월 전에 ‘공동 창업주’로 참여했던 정당을 박차고 나간 것은 정당정치를 훼손시킨 것이다. 더구나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은 선거의 고유 기능을 심하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

선거의 본질은 심판이다. 특히 총선의 경우 정부에 대한 심판이 핵심이다. 정부가 잘했으면 지지를 받는 것이고, 잘못했으면 심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안 의원의 탈당으로 내년 총선이 정부에 대한 심판에서 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안철수 탈당을 둘러싸고 크게 세 가지의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첫째, 안 의원은 왜 탈당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간철수’가 아닌 ‘강(强)철수’의 길을 걷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안 두 사람이 당 혁신과 지도체제 정립 방안을 둘러싼 입장 차를 줄이지 못한 것이 핵심 이유라고 지적한다. 문 대표는 현역 의원 20% 컷 오프를 핵심으로 하는 김상곤 혁신위안을 지지하면서 당의 통합을 위해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를 제안했다.

반면, 안 의원은 낡은 진보 청산·부패 척결·인재 영입 등 10대 혁신안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 전당대회만이 당의 분열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다보니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두 사람 관계는 물과 기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면 문․안 혁신안 모두 모호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 의원의 문 대표 개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감정적 앙금이 탈당의 핵심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돌이켜 보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2012년의 ‘아름답지 못했던 후보 단일화”가 두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갈라놓았다. 여기에 문 대표가 안 의원이 제기한 혁신안을 ‘새누리당 식’이라고 폄훼한 것이 두 사람이 루비콘 강을 건너며 결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둘째, 누가 야권 분열의 책임이 더 큰가. 중앙일보가 안 의원 탈당 다음 날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분열의 책임에 대해 안 의원(12%)보다 문 대표(44%)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도 54%로 ‘잘못했다’(29%)보다 훨씬 높았다. 더구나, 호남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0.4%로 새정치연합(27%)보다 많았다. 현재까지 민심은 안 의원에게 호의적이다.

셋째, 안 의원의 탈당은 분당으로 이어지면서 성공할 할 수 있을까? 126명의 새정치연합 의원 중 몇 명이 탈당해 안철수 진영에 합류하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거물급 비주류 핵심 인사들을 얼마나 끌어 오느냐가 분당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수도권 비주류 인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다. 분당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결정적 요인은 안 의원이 중도개혁 성향으로 전국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와의 연대를 성사시키는 것이다.

만약 손·안·정 연대를 핵심으로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이다. 여기에 호남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까지 가세하면 야권의 정통성이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두려움을 안고 광야에 선” 안 의원은 그야말로 길게 호흡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버려야 얻을 수 있다.

안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져라. 최소한 안철수의 생각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탈당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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