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개 여성단체 한목소리

11년 만에 진보·보수 망라

여성 30% 실현 결의안 채택

“당헌·당규 명시된 대로

지역구 30% 여성 공천해야”

여야 지도부 강하게 압박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20대 총선, 이제 여성이다!’를 주제로 열린 범여성계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30% 여성공천 의무화와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20대 총선, 이제 여성이다!’를 주제로 열린 범여성계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30% 여성공천 의무화와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15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여성 30%를 실현하기 위해 신설 지역구는 반드시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계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범여성계 결의대회에서 이를 다시 한 번 공론화하면서 여야를 압박했다. 성평등한 국회를 위해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이뤄야 하는데 그 해법으로 선거구 획정으로 분구되는 지역구나 현역 의원 은퇴 지역구, 사고 지역구는 여성으로 공천하라는 것이다.

‘20대 총선, 이제 여성이다!’를 주제로 열린 범여성계 결의대회에는 370개 여성단체가 참여했다. 전국 151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제20대 총선 여성 국회의원 30% 실현을 위한 여성공동행동’을 비롯해 65개 회원단체를 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7개 지부․30개 단체를 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대한여한의사회, 21세기여성정치연합, 한국여성발명협회, TWW 여성새물결, 세계한인여성회장협의회 등 국내외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들이 모였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여성단체들이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결의대회로 한목소리를 낸 것은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6개국 중 한국의 국회 내 여성 비율은 세계 94위다. 다른 분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여성 정치참여는 여전히 토양이 척박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선 남성이 전체 의원 중 84.3%, 지역구 의원의 92.3%를 차지했다.

20대 총선을 넉달 앞두고 여성계가 11년 만에 결집한 것은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원 수가 두 자릿수가 된 후 10년 넘게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여성 30% 공천 약속도 여전히 공허한 수사처럼 들린다. 조양민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집권당 내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다”며 “지도부가 진정성이 없다. 말만 그렇게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범여성계 결의대회를 마친 여야 여성위원장과 국회의원, 여성단체 대표들이 내년 총선에서 여성을 30% 공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범여성계 결의대회를 마친 여야 여성위원장과 국회의원, 여성단체 대표들이 내년 총선에서 여성을 30% 공천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계는 올 한 해 내내 여야 지도부에 신설 지역구 여성 공천을 촉구해왔다. 글로벌여성네트워크(GNW), 여성새물결(TWW), 50클럽 공동 주최로 1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여성의 정치적·경제적 역량 강화가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신설 지역구와 현역 의원 은퇴 지역구를 여성우선공천 지역구로 할당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해 여야 지도부에 보낸 바 있다.

이날 범여성계 결의대회에서 여야 여성 의원들은 “지도부가 신설 지역구 여성 공천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강하게 압박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영국 노동당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위해 사망이나 탈당으로 공석이 됐거나 분구되는 지역구 등 신설 지역구는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며 “여성들이 힘을 합쳐야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중앙여성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전국여성위원장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영국 노동당 당수였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성을 공천하면서 다수당이 됐다. 당시 여성 후보 155명 중 101명이 당선됐다.

여성계는 신설 지역구 여성 공천을 지역구 30% 여성 의무화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제 선거전에서 여성을 전략공천하고도 중앙당의 지원 사격이 미흡한 경우도 있다. 전략공천을 ‘낙하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조직이 기성 정치인 중심으로 다져지지 않은 신설 지역구의 경우 후보 간 갈등이나 마찰이 일어날 소지가 적다”며 “상대적으로 여성 공천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별 등가성 실현을 위해 신설 지역구 여성 공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시민의 절반이 여성인데 선거권이 남녀 모두에게 주어지듯 국민의 대표가 될 권리도 남녀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여성계는 △19대 국회는 공정한 선거제도 개혁의 의무를 다하라 △지역구 30% 여성 공천 의무화 및 강제 이행 조치 법안을 신속히 통과하라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를 강화하라 △각 정당은 당헌·당규에 명시된 지역구 30% 여성공천을 이행하라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시 여성 50%를 임명하라 등 다섯 가지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여야 지도부에 보내 조속한 실천을 촉구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국회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의 지역구 30% 여성 공천 노력 규정을 의무 규정으로 개정하고 강제이행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정당은 여성들이 선거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공천 30% 의무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 특히 여성 후보 가산점제 강화와 공천관리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시 여성 50% 임명 등 여성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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