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룩스 / 김희정 옮김 / 부키
데이비드 브룩스 / 김희정 옮김 / 부키
 

대개의 사람들은 성공을 꿈꾼다. 좋은 대학에 목을 매는 이유도,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스펙을 쌓는 이유도 다 성공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의 성공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많은 연봉을 받고 명성을 날리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성공일 뿐, 삶을 윤택하게 하지는 못한다. 성공만을 추구하는 삶은 과정이 없는 삶을 만들 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성공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보보스』 『소셜 애니론』으로 국내에도 다수의 마니아 독자를 거느린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에서 성공이 아니라 성장, 그것도 내면의 성장을 추구할 것을 권한다.  

 『인간의 품격』은 9명의 인물들을 소개하며 “삶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의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9명의 인물 중 여성은 모두 3명으로 1930년 뉴딜정책의 막후 조력자였던 프랜시스 퍼킨스와 빈민들의 어머니로 칭송 받는 도로시 데이, 19세기 활동한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이 그 주인공들이다.

프랜시스 퍼킨스는 미국 최초의 여성 각료로,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그녀는 노동부 장관을 맡아 달라는 루스벨트의 간청에 몇 가지 조건을 수락하면 장관직을 맡겠노라며 맞섰다. 실업 구제, 대규모 공공사업, 최저임금법, 노령연금을 위한 사회보장연금 프로그램, 아동노동 철폐 등이 그것이다.

그런 프랜시스 퍼킨스도 고교 시절에는 “입심만 좋고 게으른 소녀”였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제대로 된 삶은 “자신을 갈등과 투쟁 상황에 던져 넣는 데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동자와 빈민층에 대한 오랜 관심은 그렇게 태어났다. 성공이 아닌 내면의 성장에 집중한 결과인 셈이다.

19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결함이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내면이 평화롭지 못했던 조지 엘리엇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젊은 날을 허비했다. 조지 엘리엇의 사랑은 자기 파괴적이었고, 당연히 결과는 처참했다. 하지만 저널리스트 조지 루이스를 만나면서 삶이 바뀌었다.

빈틈 많은 평범한 남자였던 조지 루이스와의 사랑은 요즘 말로 달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하여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우쳐 주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눈을 응시하며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사랑임을 조지 엘리엇은 깨달은 것이다. 사랑과 작품이라는 성공만을 좇을 때는 얻지 못했던 내면의 성장을 이웃을 통해 얻은 것이다.

지금은 빈민들의 어머니로 불리지만 도로시 데이의 젊은 시절은 무분별했다. 한때 알코올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술을 마셨고 성적으로 문란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마음이 향했던 빈민들의 삶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고 이내 삶을 그들을 향해 던졌다.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낙태 반대 운동도 벌였다.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선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영적으로 자만하거나 독선적이 되는 것을 경계”할 줄 아는 현명한 여성이었다. 삶은 성공을 위해 허비하기에는 아까움의 연속이다. 성공은 단지 신기루일 뿐이다. 성공이 아닌 성장을 위해 오늘 우리는 분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도로시 데이, 조지 엘리엇, 프랜시스 퍼킨스가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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