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구세군이 자선냄비 거리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7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구세군이 자선냄비 거리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올해도 광화문 광장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벌써 18년째다. 올해도 70일간의 집중 모금 목표액 3430억원(100℃)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역사가 짧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해마다 모금액을 증가해 연간 모금액 6000억원에 이르게 된 것은 놀라운 성취다.

그러나 아직 시작이다. 친·인척 중심의 가족주의적 나눔문화 전통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나눔은 문화 개념으로 이해돼야 하고 기부와 나눔은 일상의 습관이 돼야 한다. 세계기부 지수로 보면 한국의 기부 수준은 2014년 현재 145개국 중 64위에 불과하다.

자발적인 기부와 모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것이 민간 공익 활동의 기반일 뿐 아니라 21세기의 탈산업화가 가져온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데, 종래의 복지국가 전략보다 공공부문과 민간 비영리 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모든 국가가 나눔과 기부 문화의 확산,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나눔문화를 확산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조세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기부금품 모집에 대해 금지와 규제로 일관해 오다가, 세법에서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10%로 인정한 것이 1978년이고, 그 후 수차례 개정으로 2012년 30%까지 겨우 끌어올렸다. 그런데 2013년 세법 개정으로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세액공제한도 2500만원, 세액공제율 15%로 정한 것은 참으로 울고 싶은 해프닝이었다.

지난 12월 2일 고액 기부금의 한도를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고 세액공제율을 25%에서 30%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어렵사리 세법을 고쳤다고 자랑했지만, 정부가 나눔문화 확산을 원한다면, 그리고 부유층의 솔선수범을 원한다면, 그런 실수는 있을 수 없다. 소득공제 제도로 환원하고, 소득공제율도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

바로 그날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딸에게 쓴 편지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날이다. 그의 긴 편지는 정말 놀라웠다. 감동이었다. 페이스북 지분의 99%(450억 달러, 52조원 상당)를 살아있는 동안 기부하겠다는 31세 젊은 거부의 약속도 놀랍지만, 다른 모든 부모들처럼 딸 세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려 한다는 31세 아빠의 책임감이 놀랍고, 21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제왕이 말하는 보다 나은 세상의 모습이 내겐 더 감동이었다.

그가 말하는 보다 나은 세상의 키워드는 인류 잠재력의 향상과 평등의 신장이었다. 그는 진보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맞춤형 학습, 질병 퇴치, 사람 간의 연결과 공동체를 말하며 장기적이고 일관된 노력, 무엇보다도 정부와 비영리 조직과 기업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나는 그의 편지에서 사회투자와 21세기형 복지국가의 희망을 확인했고, 강하게 선동되었다. 이런 나눔과 비전이 있다면….

바로 같은 날, 필자는 한국여성재단의 소박한 후원의 밤을 열고 있었다. ‘딸들에게 희망을’을 슬로건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의 후원자와 지지자들, 파트너 단체와 파트너 기업들이 감사와 사랑을 확인하고, 격려와 지지의 훈훈함을 나누었다. 한국의 나눔문화도 사랑의 온도탑처럼 꾸준히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하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나눔문화 확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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